정년연장 및 청년고용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임금피크제 통한 합리적 임금체계 설계가 관건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내년부터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의 대형사업장 근로자는 정년이 60세까지 연장된다. 2017년부터는 국가 및 지자체, 300인 미만의 모든 사업장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된다. 만약 사업주가 60세 이전에 해고시킬 경우 부당해고로 간주해 처벌받게 된다.

지난 2013년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정년연장법)’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년연장법이 통과되면서 정부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권고했으며 이에 따라 공공기관 및 일부 기관에서는 임금조정이 포함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의 정년이 높아지는 고령화 사회의 해결책으로 모색된 정책으로 근로자가 일정연령 이상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고 임금이 줄어든 만큼 정년을 보장하거나 정년 연장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제도다.

고령 근로자, 임금삭감 돼도 정년 연장 원해
임금피크제는 대표적으로 재고용형, 정년연장형, 근로시간 단축형 3가지 유형이 있다.

‘재고용형’은 정년이 지난 퇴직자를 계약직 등으로 다시 고용하는 형태로 재고용형 임금피크제가 일반화돼 있는 일본은 원하는 기간만큼 빨리 퇴직하면 퇴직과 동시에 재고용 계약을 체결하고 재고용 기간 중 임금액을 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단 이 유형은 임금을 동결하거나 정년 이전과 비교해 임금이 줄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적합한 직무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 노동의욕이 감소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일정 시점까지 연장하는 대신 기존 정년의 몇 해 전부터 임금을 삭감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근로자의 정년 이후 급격한 소득 감소를 완화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실시한 한 은행에서는 은퇴를 앞둔 시니어 직원의 정년을 만 58세에서 62세로 늦추는 대신 급여를 성과급 형태로 전환했다. 그 결과 정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54세 직원 중 63.1%가 임금 감소를 감수하고 정년 연장을 선택했다.

‘근로시간 단축형’은 근로시간을 단축해 임금을 줄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정년을 만 55세에서 만 65세로 연장하는 대신 피크 연령인 만 50세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감액한다. 이에 동의할 경우 51~54세는 20%, 55~59세는 40%, 60세 이상은 60% 근로시간 감축과 동시에 임금이 감액된다.

생산성 입각한 임금체계 개편 ‘필수’
정년연장과 관련해 2013년에 개정된 두 가지 법률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정부는 정년연장법 개정과 함께 같은 해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서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 인력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개정했다.

같은 해 개정된 두 법안은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세대별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세대 사이의 경쟁과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의 당면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면 공공기관의 인력 및 임금관리 체계에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공공기관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아래서 정년이 연장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또 정년 연장으로 퇴직자가 감소하면 청년 신규채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해 조직고령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구직자들이 취업을 선호하고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퇴직자 감소는 신규채용을 제한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는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을 받던 근로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남는 재원을 신규채용에 활용함으로써 청년고용 기회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연장과 청년고용’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한준 연구원은 “공공기관 및 대기업에서 임금피크제 설계 시 임시방편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이 아닌, 성과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중고령 근로자에게 적합한 직무개발 및 관리 등 인력관리 체계개선이 반드시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도 이를 위해 임금피크율과 피크기간의 경우 해당 기관의 근로자 연령분포 및 기존의 임금체계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임금피크제도를 설계하도록 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토록 했다.

자율적 설계는 직급별·직종별·직무의 특성에 따라 임금조정 기간과 임금지급률을 다원화하고, 연공급적인 임금체계가 아닌 실질적인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방식이나 생산성 높은 우수인력에 대한 차등 적용도 고려해야 한다.

또 기존 연공급 임금체계의 변화는 1차적으로 임금삭감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사는 임금피크 인력의 성과관리와 중고령 근로자에게 적합한 직무개발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임금체계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박 연구원은 “정년연장과 신규채용의 상충적인 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를 생산성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로 개편해 임금체계의 합리성을 강화하는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 시행과 함께 실질적인 성과연봉제 또는 직무급 제도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는 생산성을 반영한 임금체계라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연공급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방향은 한정된 인건비라는 제약 속에서 청년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더욱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별도정원’이라는 관리방식을 택해 정원관리 방식에 유연성을 제공하고 청년채용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별도정원에 포함된 인력은 임금조정 규모와 직무의 특성에 따라 기존 직급을 유지하는 방식 또는 기존 직급에서 제외시킨 후 별도 직군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정원과 현원을 관리할 수 있다.

기존 직급에서 제외되고 별도 직군으로 편제되는 정년수혜자와 퇴직예정자가 늘어날수록 일반 직원들은 더 많은 승진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정년연장이 되거나 퇴직예정인 고위직급 인력은 별도직군으로 이동하면서 직급 구간별로 연쇄적인 승진이 발생해 자연스럽게 직급의 최하위 구간에서 신규 채용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별도정원을 통한 관리방식은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고 연공적인 승진이 지속돼온 공공기관에서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내부적으로 조직 활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력 선순환 어려워 조직 경쟁력 약화 우려도
내년부터 공공기관에서 의무족으로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신규채용 니즈를 축소시켜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고용하라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한준 연구원은 “정년연장법이 시행돼도 효율적인 임금피크제 도입과 구체적인 신규채용 목표가 설정된다면 오히려 청년고용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승진 적체 등으로 사기 감소 및 조직 노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공공기관에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업무수행 동기를 강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중고령층 인력의 고용안정 및 확대를 통해 사회보장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세원확보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는 안정적인 근무환경 기반을 구축할 수 있으며, 민간기업 고용주들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인건비 확대에 대한 부담을 덜고 숙련된 인력의 고용 안정성과 연장에 대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임금피크제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부당한 해고를 피하고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고령 근로자의 임금만 삭감한 채 기업의 이윤만 추구할 수 있으며 정년 연장을 통한 장기 근무를 보장하게 됨으로써 인력의 선순환을 어렵게 만들어 조직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