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8 14:15 (수)
[칼럼]문명의 적은 야만이 아니라 공포다
[칼럼]문명의 적은 야만이 아니라 공포다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5.08.30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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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서 만난 ‘두려움’<1>

 
‘두려움’과 ‘탐욕’ 속에서 헤매는 전세계
공포 알면서 굴복시키는 자가 대담한 것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문명의 적은 야만이 아니라 공포다.”

1982년 국내에서 방영된 13부작 다큐멘터리 ‘문명(Civilisation, BBC 제작)’의 해설을 맡았던 20세기 최고의 예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의 말이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마치고 대본에 살을 붙여 《예술과 문명》이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이 책에서 그는 “문명의 적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공포입니다. 전쟁에 대한 공포, 침략에 대한 공포, 질병과 기아에 대한 공포는 여러 가지 건설, 식수, 또는 다음 해의 농사 계획마저 아주 망쳐 버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근대적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일상적인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을 하나씩 제거하기 전까지 인류는 초자연적인 것에 공포를 느꼈으며 그 공포에 대해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 공포의 감정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그리고 고대 세계의 후기는 무의미한 의식이나 비교(秘敎)에 차 있었고, 그것들이 인간의 자신감을 망쳐 버렸다고 클라크는 지적한다.

이렇게 공포를 느껴 사라진 대표적인 문명이 크레타 문명과 트로이 문명 등 일게다. 이밖에도 동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훈족의 아틸라와 징기스칸과 그의 후예들에 의해 정복당한 서아시아와 중국, 유럽 등도 마찬가지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전세계 ‘두려움’에 빠져들다
지난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인 한 주였다. 우리는 목함지뢰에서 촉발된 남북간의 군사위기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전개되었으며, 미국과 유럽 증시는 중국발 경기 둔화 및 위안화 평가 절하 등의 악재로 패닉을 겪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3박4일 동안 밤낮이 없는 고위급 회답을 진행하면서 일정한 합의를 도출해 군사적 긴장감을 일정하게 제거할 수 있었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세계 증시의 하락세는 어디가 끝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그 여파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로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지난 21일 이 신문은 〈출렁이는 세계금융시장-투자자 5계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마라 △패닉에 빠지지 마라 △현실에 안주하지 마라 △조정이란 표현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미래를 함부로 예단하지 마라’고 제안하고 있다.

S&P 500지수가 5월 고점 대비 13% 이상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일반적인 ‘조정’을 넘어서는 폭락이라 여기고 패닉에 빠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24일에는 〈미 증시를 움직이는 두 힘 ‘두려움’과 ‘탐욕’, 누가 이길까〉라는 제목의 칼럼(E.S. Browning)이 실린다. 이 칼럼에선 중국 증시의 올해 시가총액 증가분이 증발하면서 촉발된 미 증시의 패닉 현상을 1987년의 블랙먼데이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촉발한 미 증시의 하락 때와 비교하며, 현재 미 증시를 이끄는 힘은 ‘탐욕’보다는 ‘두려움’이 더 우세하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두려움이 얼마나 오래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두려움이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에도 미치지 않는 2%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닥터 둠’ 마크 파버는 그의 책 《내일의 금맥》에서 프래드릭 래빙턴의 말을 빌려 패닉에 대해 다음의 예를 들고 있다.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연못의 얼음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확신의 정도는 같이 스케이트를 타는 친구 수가 많을수록 더 높아진다.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얼음이 깨질 위험은 더 커진다는 합리적 판단은 사라져 버리고,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어리석은 믿음이 생겨난다.”

그리고 얼음연못이 사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날 때, 확신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뀐다고 말한다.

현재 중국에서 시작된 경기 둔화 상황이 마치 이러하다. 가장 심한 곳은 올 6월 중순 고점 대비 37%가 하락한 상하이 증시가 그럴 것이고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증시가 모두 ‘두려움’에 “나 떨고 있니?”라고 자문하고 있다.

마크 파버의 말처럼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는 열풍 그 자체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법”인가 보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시장을 추동하는 힘은 ‘욕망’과 ‘두려움’이지만, 그 극한은 모두 시장의 붕괴를 가져다주므로 두려움과 욕망 모두를 갖는 현명함을 요청하는 것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이런 말이 나온다.

“공포를 알면서도 공포를 굴복시키는 자가 대담한 것이다. 심연을 보고 긍지를 잃지 않는 자가 대담할 것이다.”

모두 대담해져야 한다. 한반도의 위기는 대담한 자세의 협상으로 굴복시켰다. 만약 두려움에 빠졌다면, 협상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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