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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수장 워딩분석] ‘심기일전’에서 ‘하나의 생각, 하나의 행동’으로
[금융수장 워딩분석] ‘심기일전’에서 ‘하나의 생각, 하나의 행동’으로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5.10.18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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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화재 김정남 사장의 ‘일점돌파 전면전개론’

▲ 동부화재 김정남 사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올 신년사에서 2015년의 경영화두를 ‘심기일전’으로 삼았던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이 이달 초 창립기념식에선 ‘하나의 생각과 하나의 행동’을 강조하고 나섰다. 모두 마음과 생각에 초점을 맞춘 단어들이다.

심기일전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어떤 동기에 의해 이제까지의 생각과 마음을 바꾼다는 뜻이다. 화두로 잡았던 심기일전의 대상이 ‘하나의 생각과 하나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타개할 대상을 향해 조직의 모든 역량을 모아서 단일한 행동을 하자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으로 여겨진다.

호황기의 기업이든, 불황기의 기업이든 모든 기업들은 매해 신년사에서 경제와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경기가 좋을 때면, 시장 확장과 잠재적 경쟁자들의 출현 및 불확실한 요소 등이 그 이유가 되고, 경기가 안 좋을 때면, 모든 요인이 이유가 된다.

그렇다면 왜 모든 기업들은 매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이유는 경기와 무관하게 임직원들의 ‘생각과 마음’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매일 맞이하는 하루가 다르듯 매년 맞이하는 한 해가 다르다. 따라서 매일 맞이하는 하루를 다르게 맞이해주길 바라듯이 새로운 한 해도 새로운 각오로 맞이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생활패턴으로 살게 되면, 현상은 유지하겠지만 현실이 개선될 가능성은 적어진다. 물론 긍정적인 결과만을 이야기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다르게 다가오는 하루에 대해 그 차이를 민감하게 느끼고 대응할 수 있다면,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것보다는 최소한 개선된 하루를 살게 될 것이다. 그 미세한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경영진들은 차이가 있다고 의도적으로 생각하고 하루를 맞이할 수 있도록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김정남 사장이 올 초 예시한 2015년의 시장 상황은 ‘저성장, 저금리, 저수익’의 3저 시대였다. 그래서 올해는 효율성에 기반을 두고 수익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말했던 것이다. 이 같은 시장 환경은 동부화재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전체 보험업계가 김정남 사장의 ‘심기일전’과 비슷한 사자성어를 신년사에서 꺼내들었다.

거문고 줄을 풀어 팽팽하게 다시 맨다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이나,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 정신을 집중하면 화살이 바위를 뚫는다는 ‘일념통암(一念通巖)’과 ‘중석몰촉(中石沒鏃)’ 등 보험업계 사장들은 신년사에서 모두 마음과 관계된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말한 바 있다.

심기일전과 ‘하나의 생각’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출처는 불분명하다. 다만 불교용어에 ‘일전어(一轉語)’가 있어 종교적 유래를 추측해볼 수 있다. 일전어는 “미혹한 마음을 싹 바꿔 깨달음에 들게 하는 간단명료한 한 마디 말”(불교사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심기일전을 하게 하는 말이라는 뜻이다.

어제까지의 마음과 다른 마음을 갖기 위해선 전환을 위한 동기가 필요하다. 김 사장은 그 동기를 우리 경제를 옭죄고 있는 ‘3저’라는 요인에 두고 있다. 그런데 경제 상황은 연초에 비해 더 악화되었다. 그래서 김 사장은 창립식에서 “중국과 신흥시장의 성장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해보험 업계의 경영여건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악화되었다”고 말한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한 그의 답은 “이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임직원 모두가 환경변화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회사의 전략방향에 대해 하나의 생각, 하나의 행동을 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생각, 하나의 행동’은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 ‘일점돌파(一點突破) 전면전개(全面展開)’를 연상케 한다. 60~70년대 일본의 학생운동권에서 사용한 이 단어는 전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가 20대 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기도 하다.

“하나에서부터 모든 분야로 넓혀갈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한 가지만 확실히 해결하면 다른 문제들의 해결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주로 약자의 역전전략을 설명할 때 ‘일점돌파’를 논거로 사용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의 작가 오니시 야스유키는 ‘아메바 경영’의 대부, 이나모리 가즈오가 ‘일점돌파, 전면전개’ 방식으로 JAL를 회생시켰다고 설명하면서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이나모토노 요시츠네의 사례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가마쿠라 막부를 개창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한 미나모토노 요시츠네. 그는 가파르고 험준한 계곡을 앞에 두고 뒷걸음치는 부하를 향해 계곡을 내려가는 사슴을 가리키며 “사슴도 말도 모두 네발 달린 짐승이다. 사슴이 내려가는데 말이 내려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를 따르라”고 말하고 계곡을 타고 내려가 기습작전을 전개해 히요도리고에 전투를 승리로 일궈낸다. 이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이복형인 요리토모의 가마쿠라 막부의 권력기반은 한층 강화된다.

야스유키는 히요도리고에 전투에서 보여준 기습작전과 미나모리 가즈오의 JAL 회생작전을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기(奇)의 전략인 ‘일점돌파’론으로 설명한다.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해서 승기를 잡는 것. 그것이 일점돌파의 요체다.

동부화재도 ‘하나의 생각, 하나의 행동’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그렇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세워 내용을 채워야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하나’가 무엇인지 공유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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