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2015사업연도 KB손보·메리츠화재 순이익 추이(단위: 억원).[자료: 각 사 사업보고서(개별 기준)]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KB손해보험이 하위사 메리츠화재에 순이익 역전을 허용하면서 2010년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 각 보험사가 공시한 개별 기준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KB손보의 올 1~3분기(1~9월) 순이익은 1049억원으로 메리츠화재 1363억원에 비해 314억원 적었다.

KB손보는 올 상반기까지 1066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며 808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친 메리츠화재를 258억원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미국지점 지급준비금 추가 적립에 따른 손실액 620억원을 인식하면서 9월 순손익이 적자로 전환해 역전을 허용했다. K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올 1~3분기 각각 6조7932억원, 4조1887억원의 원수보험료(매출액)를 기록한 손보업계 4, 5위사다.

메리츠화재가 올 1분기(1~3월) 구조조정 인력 퇴직금 지급과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적립에 따른 손실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면, KB손보는 미국지점 지급준비금 적립과 지급여력 확충 작업으로 연말까지 일시적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간 실적이 메리츠화재에 밀려 자존심을 구겼던 2010년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다.

2010사업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KB손보의 순이익은 727억원으로 메리츠화재 1209억원에 비해 482억원 적었다.

당시 손보업계 빅(Big)4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KB손보는 이듬해인 2011사업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내내 사사건건 메리츠화재와 비교를 당하며 속앓이를 해야 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순의 순위 구도가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순으로 완전히 재편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돌았다.

KB손보는 이후 2013사업연도(2013년 4~12월)에도 한 차례 메리츠화재에 역전을 허용했지만, 당시는 회계연도가 역년(CY)으로 바뀌는 과도기였던 데다 격차 역시 149억원에 그쳤다.

단, KB손보가 선제적인 미국지점 준비금 적립으로 3분기까지 ‘앓던 이’를 뺀 만큼, 향후 실적은 점차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 들어 미국지점 지급준비금 적립에 1600억~1700억원을 쏟아 부은 KB손보는 지급여력(RBC)비율을 20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연말까지 500억~600억원을 더 투입한다.

KB손보 관계자는 “9월까지 투입된 자금으로 지급준비금 적립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됐고, 연말까지 들어가는 자금은 현재 100%대인 RBC비율을 200%대로 올리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KB손보의 미국지점 관련 불확실성은 해소 구간으로 진입했다”며 “일반보험의 경우 올해 전수조사를 통해 충분한 개별추산액(O/S)을 적립해 향후 돌발적인 손해율 상승 가능성이 축소됐고, 이 효과는 바로 다음 분기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 역시 “선제적이고 보수적인 지급준비금 적립으로 향후 미국지점의 추가 손실 발생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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