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 1조원대 추정…은행과 연계 시너지 기대

비용절감, ROE 개선, 복합점포 및 IB 강화 효과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가 선정됐다. 지난해 매각실패 이후 우여곡절 끝에 재매각 물꼬가 트이면서 현대상선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그룹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당초 6000억~7000억원으로 예상됐던 매각금액이 1조원 안팎까지 뛰어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소 높은 가격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ROE 및 IB부문 개선, 은행과의 연계 시너지 등 합병에 따른 긍정적인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1일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KB금융으로서는 KB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 시 자기자본이 3조9020억대로 떠오르며 단숨에 3위권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 김수현 연구원은 “지난해 말 현대증권의 장부가치는 7450억원이지만 인수 제시금액이 1조원대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단순 장부가 대비 28%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7.06%의 자사주와 초기 인수 지분율이 22.56%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고가 매입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주는 시장 가격 수준에서 매입하는 게 정설이며 잔여지분 77.44%를 사는 과정은 전통적 금융 M&A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장부가 이하 매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인수 후 레버리지 상향에 따라 KB금융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과잉 자본을 해소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다각화를 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형 증권사 인수기회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KB금융이 자본효율성 제고 등 규모에 맞는 증권사를 확보한 것이 중요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증권 인수로 KB금융의 경우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과 복합점포 확대, IB(투자은행)부문 강화 등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으며, 특히 은행연계 시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정욱 연구원은 “지난해 현대증권 순이익 2200억원을 반영한다고 해도 KB금융그룹의 ROE는 5.9%에서 6.1%로 0.2%포인트 개선으로 당장 재무적 개선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은행, 증권, 보험 등 복합점포 활성화가 시대적 대세로 KB증권의 복합금융 확대를 위한 미래투자 관점에서 장기적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KB국민은행에서 개설되는 KB증권과 현대증권 계좌비율이 각각 12%와 0.3%로 향후 은행 점포에서 개설되는 현대증권 계좌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KB금융 자회사인 KB자산운용의 상품 판매 활성화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IT 시스템 통합에 따른 비용절감도 기대된다. 현재 KB증권은 자체 원장 없이 IT 시스템을 코스콤에 위탁하고 있는데, 현대증권 플랫폼 사용 시 이에 따른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 연구원은 “현대증권의 신용등급은 AA-로 NH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등의 신용등급 AA+보다 2노치(notch) 낮은 상황으로 KB금융으로 인수 시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조달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ECM(주식자본시장)과 부동산PF에 특화돼 있는 현대증권과 DCM(채권발행시장)과 구조화금융에 특화돼 있는 KB증권이 합병할 경우 IB 부문에서도 강점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현 연구원은 특히 “은행과의 연계 시너지 및 펀딩 비용 하락 등 여러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은행이 보유한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객 35만명을 즉시 WM(자산관리)과 연계시킬 것으로 보이며, 한해 평균 50% 이상의 자산성장률을 기록한 16개의 은행·증권 복합점포 확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사업구조가 겹치지 않는 KB투자증권과의 합병으로 현대증권 노조측 반발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현대상선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매각이 올 하반기 완료될 전망이어서 매각대금을 당장 돌아오는 만기 채무 상환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산업은행과의 협의 하에 매각 대금 전책은 현대상선의 운영자금으로 우선 활용함으로써 자구안 완료 이후 사업 정상화와 재무구조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본계약 체결 및 정밀 실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하반기 중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