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중남미 등 대형은행 철수 지역
서유럽 소매은행들이 사업 확대 모색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미국, 유럽 등 대형은행들이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국에 진출했던 해외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반면 스페인과 스위스 은행들은 이들이 떠난 지역을 주시하며 사업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대형은행들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각국의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해외사업 매각 및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대형은행의 평균 해외진출국 수는 2008년 65개국에서 2015년 55개국으로 감소했다.

특히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남미 지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사업 축소가 뚜렷하다.

HSBC는 지난해 브라질 사업부를 브라데스코(Bradesco)은행에 52억달러에 매각했으며, 씨티은행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브라질 소매 및 카드부문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에서는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과 바클레이스(Barclays)가 각각 2014년과 2016년에 아시아 프라이빗뱅킹 부문을 현지은행에 매각했고, JP모건도 올해 아시아 프라이빗뱅킹 RM(relationship manager) 인력을 20% 감축했다.

글로벌 은행이 사업을 축소한 반면 스페인과 스위스계 은행들은 오히려 중남미와 동남아 지역에서의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스페인계 은행인 산탄데르와 BBVA는 지난 1990년 이후부터 문화적·언어적 유사성이 높은 중남미 지역에서 리테일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중남미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육성·관리하는 등 꾸준히 현지화 전략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이들 두 은행의 실적은 본국인 스페인보다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에서 더욱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산탄데르의 지역별 수익 비중은 스페인이 12%인 반면 브라질 19%, 멕시코 7%, 칠레 5%, 아르헨티나 4% 등 중남미 지역이 전체 수익의 35%를 차지한다.

BBVA 역시 스페인에서의 수익이 11%에 불과한 반면 멕시코에서는 약 20억9000만유로, 약 43%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외에도 아르헨티나 6%, 콜롬비아 5%, 페루 4%, 칠레 3% 등 중남미 지역에서의 수익 비중이 총 61%에 달한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신흥시장의 부유층을 공략하려는 스위스 프라이빗뱅크의 진출이 활발하다.

특히 스위스 프라이빗뱅크들은 직접 현지에 진출하는 방식보다 현지 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해 사무실 임대, IT 구축, 인력 고용 등의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간접방식을 선택했다.

롬바드오디에(Lombard Odier)는 태국 카시코른뱅크(Kasikornbank)와 제휴를 맺었는데, 제휴 조건으로 RM 교육과 자산관리팀 구축, 자사 싱가포르 지점에 태국 부유층 고객 소개 등이 포함됐다.

보르디어 앤 씨(Bordier & Cie)도 베트남 등 동남아 3개 현지 금융사와 제휴를 모색 중이며,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는 태국 방콕에 RM팀을 구성하고 부유층 고객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다만 스위스 은행의 동남아 진출은 스페인 은행의 진출 전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스위스 은행들은 탈세 및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한 자국의 규제 강화로 기존의 전통적인 은행 모델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린 것.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도 중남미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 향후 해외진출 전략 수립에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송재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은행 간 경쟁 심화, 기업 구조조정 확산에 따른 충당금 이슈,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은행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추세”라며 “국내 은행들은 중남미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해외진출 다변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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