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9 11:45 (수)
[금융수장 워딩분석] 황영기의 ‘이종격투기’, 금융산업 ‘종분화’ 과정
[금융수장 워딩분석] 황영기의 ‘이종격투기’, 금융산업 ‘종분화’ 과정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6.07.17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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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생존자는 새로운 DNA 갖춘 창조적 파괴의 혁신기업
흥행 원하는 이종격투기, 욕망과 이성간의 균형추가 숙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미래금융업은 이종격투기다.”

가장 잘하는 기술을 섞어서 장르에 상관없이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점에서 이종격투기가 전체 격투기 시장을 평정했듯이 미래의 금융시장도 이종격투기 같은 상품 내지 기업이 평정하게 될 것이라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최근 어록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그는 그동안의 금융시장은 증권, 은행, 보험, 카드 등 채널별로 구분돼 있었는데, 격투기 종목 중 시선을 끌만한 기술을 모아서 만든 이종격투기처럼 고객이 좋아하는 것들을 장르(채널)와 관계없이 섞어서 상품을 내놓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장논리에 익숙한 집단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채널보다 시장, 그리고 콘텐츠보다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는 금융산업의 특성을 ‘이종격투기’ 한 단어로 명쾌하게 정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황 회장의 이 같은 분석의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금융산업의 발전을 진화론적으로 풀이했던 영국의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논리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책 <금융의 지배>를 보면 현재의 우리를 금융계의 ‘대멸종’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닌 지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물론 현 시스템이 무너지면 다른 시스템이 대체할 것이지만 말이다. 대멸종에 대한 그의 시각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금융을 경색시켰던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환경에 맞춰 등장하는 종 분화(새로운 DNA로 무장한 종의 출현) 과정에서 자연계처럼 돌연변이가 등장하고 있고 또한 생존을 위한 자기혁신 과정에서 허약한 기업들이 끊임없이 사라져 가는 창조적 파괴를 근거로 들고 있다.

이 같은 근거 속에서 그는 “진화론으로 본다면, 금융 서비스 분야는 21년간 캄브리아기 폭발을 거치면서 기존의 종이 번성하고 새로운 종의 개체수가 증가한 상황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은행에서 비롯된 증권, 보험, 카드 등 전통적인 산업은 ‘욕망과 이성’의 외줄 타기를 하면서 들쭉날쭉한 곡선을 그리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종의 번성에 성공했다. 그런데 각 시기의 특성에 맞게 새로운 종의 출현도 이뤄져 종의 분화도 같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진화의 역사를 진보로 해석하지 않듯이 전통적인 금융 산업에 속한 금융기업들이 전체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자연계와 마찬가지로 거물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소규모 종들이 진화나 존속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도시의 뒷골목으로만 들어가도 금융사 초기에나 있을 법한 환전상이나 전당포 등 비근대적 형태의 유사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계에 내몰린 금융기업들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 전략을 구사했지만 실제 금융 산업의 발전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했다고 퍼거슨은 보고 있다. 오히려 실제 동력이 되어준 것은 앞서 말했듯이 예기치 않게 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업(종 분화)과 한계에 내몰린 기업을 가차 없이 시장에서 퇴출시킨 창조적 파괴였다고 단언한다.

황 회장이 말하는 ‘이종격투기’가 바로 종 분화된 기업이거나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거친 혁신기업의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금융은 혁신의 DNA로 무장된 이종격투기 같은 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황 회장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 금융 산업은 업종 벽에 갇혀 각각 레드오션에 처한 모습이다. 특히 사후 규제는 시장의 사전적 행위를 제 때 담아내지 못해 시장 개선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황 회장의 규제개혁의 목소리는 유의미하다. 다만 흥행만을 생각하는 이종격투기가 ‘욕망과 이성’의 균형추를 잡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감독기관의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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