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농협銀, 잇따라 서비스 축소
고객 확보 실패로 시장퇴출 수순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은행권 모바일 공동 지불결제 시스템 ‘뱅크월렛’ 프로젝트가 미완으로 남게 됐다. 카카오페이, 삼성페이와 같은 IT사업자의 지불결제 서비스와 각 은행의 개별 지불결제 서비스에 밀려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뱅크월렛이 ‘은행 공동’의 서비스는 결국 망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12월 30일부터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종료한다.

산업은행 측은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종료에 따라 뱅크월렛에서 사용하는 뱅크머니를 PC웹사이트나 뱅크월렛 앱을 통해 해지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권과 카카오의 업무제휴 종료로 인해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라며 “기존에 발급받은 뱅크머니는 환불받거나 뱅크월렛 서비스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의 경우 뱅크월렛카카오 관련 상품인 ‘NH농협뱅크월렛통장’의 판매를 오는 30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뱅크월렛카카오의 충전계좌로 지정하면 우대금리를 주고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빠른 시간 내에 관련 상품을 중단할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은행들이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중단하고 관련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나선 이유는 카카오의 뱅크월렛 서비스 철수 계획 때문이다. 카카오는 뱅크월렛 서비스가 자사의 카카오페이와 서비스가 겹치는데다 사업성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뱅크월렛은 2013년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한 지급결제 시스템이다. 당시 금융결제원은 시중 18개 은행과 손잡고 결제기능을 첨부한 스마트폰 전자지갑서비스 뱅크월렛을 출시했다. 이후 카카오와 협약을 통해서 뱅크월렛카카오로 업그레이드하고 SNS 기반의 전자지갑, 송금, 결제, 은행 현금카드 기능을 제공했다.
그러나 뱅크월렛카카오는 가맹점 확보 실패와 낮은 이용 한도 등으로 고객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출시 2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처지가 됐다.

은행 관계자는 “뱅크월렛 이용 고객 수가 상당히 낮았고, 각 은행들의 개별 지불결제 시스템으로 관심도가 떨어졌다”며 “주요 사업자인 카카오가 사업을 중단하기로 밝힌 상황에서 은행권의 뱅크월렛 서비스 역시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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