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수익비중 높은 중소증권사 타격 불가피
대형사 5곳도 3분기 평가손 1897억원 달해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30일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대세 상승기가 예상됨에 따라 180조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증권사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자기자본 규모에 비해 채권보유 규모가 크고 수익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증권사들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돼 대형사와의 양극화가 심화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의 양적완화로 채권가격이 상승하며 누렸던 증권사들의 호시절이 다시 오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며, 채권평가손실에 따른 수익 악화를 예상했다. 이달 말 금리인상이 결정되면 4분기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지난 9월부터 국고채(3년) 금리가 급등하면서 3분기 들어 이미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실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9월 초까지 1.78% 수준이던 국고채(3년) 금리는 9월 말 1.89%로 오름세를 시작하다 10월 들어 2.18%로 급등했다. 이달 역시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지난 14일 2.21%로 고점을 찍고 23일 기준 2.13%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2달새 35bp가 상승했다.

이에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 5곳의 3분기 기준 보유 국고채 평가손실 규모는 전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07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미 대선 이후 금리방향을 잘못 예측해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지난해 평가손실 규모를 뛰어 넘은 수치다.

▲ * 1~9월 누적 기준.

한국투자가 332억원으로 평가손 규모가 가장 컸고, KB(-213억원), 미래에셋대우(-204억원), 삼성(-189억원), NH(-114억원)순으로 나타났다.

특수채, 회사채 등을 포함한 전체 채권평가손실은 1897억원으로 NH(-443억원), KB(-397억원), 미래에셋대우(-392억원), 한국투자(-378억원), 삼성(-284억원) 순으로 평가손실 규모가 컸다.

자기자본이나 이익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형증권사들의 경우 영향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신영증권의 경우 3분기 말 보유 채권이 5조1378억원(자기자본대비 4.8배)으로 95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4조72억원(5.1배)을 보유해 –63억원, 한화투자증권 2조8885억원(3.3배) 보유로 –41억원, 교보증권 2조8442억원(3.6배) 보유 –116억원, 하이투자증권 2조3079억원(3.3배)을 보유해 –187억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이는 3분기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해 일부 증권사들의 분기순이익에 달하는 규모다. 3분기(7~9월,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신영 167억원, 현대차 187억원, 한화 68억원, 교보 168억원, 하이 93억원(3분기 누적적자 –41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박사는 “금리하락 기조로 증권사들이 그동안 채권평가이익을 크게 봤지만 이 같은 시기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채권비지니스에 따른 수익비중이 높았던 증권사들의 경우 손익변동이 커져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 호황으로 3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난 것으로 여겨지지만 중소형증권사들의 경우 실적이 좋지 못한 곳들이 꽤 된다”며 “중소사들은 대형사 대비 채권의존도, 채권비용이 높고 듀레이션도 상대적으로 크게 가져가고 있어 향후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도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도 금리 급등에 따라 지난달 말 증권사들의 채권건전성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주요 증권사의 채권건전성을 점검한 결과 듀레이션 단축 등 금리인상에 대비한 준비들을 해 오고 있어 위험도는 크지 않은 상태로 판단한다”며 “지난해 말에는 예상치 못한 금리급변으로 손실이 컸지만, 올해는 계속해서 금리인상 시그널이 있었던 만큼 대응이 양호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평가손실이 전부 손익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자수익, 운영수익, 조달금리 등을 고려할 경우 실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예년보다는 낮을 것”이라며 “(평가손실에 따른 영향은)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수익 비중이 일부 축소되거나 금리급등시기 한 두달 손해를 보는 차원으로 자기자본과 비교하면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대형사 5곳을 비롯해 일부 증권사에 한한 점검이어서 전체 리스크 파악이 된 상태는 아니다. 더욱이 이달 말 금통위를 비롯해 12월 미 연준(Fed)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금리상승이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어서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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