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인텔리전스 이정훈 이사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커지며 정부가 강한 규제정책을 발표했다. 업계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로 한국의 블록체인 생태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11개 증권사와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공동인증 서비스 ‘Chain ID’를 오픈한 데일리인텔리전스 이정훈 이사는 “초기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그 기술이 혁신성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며 블록체인은 곧 존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Q.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언급되고 있다. 블록체인에 전세계가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0년간 인터넷은 우리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전세계가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터넷 이후 가장 크게 산업구조부터 일상생활까지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간단히 말해 거래 당사자간의 신뢰를 확보해줄 수 있는 기술이다. 여기서 거래란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거래를 포함해 정보의 유통 등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신뢰’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중간자에 의존해 해결해왔다. 예를 들어 금융거래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은행’을 이용하고 부동산의 신뢰는 ‘등기소’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기술적인 관점으로 살펴보면 우리는 ‘서버-클라이언트’ 구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은행 서버, 공공기관 서버, 게임회사 서버, 쇼핑몰 서버에 접속해 거래를 하고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 실제 노트북에서, 스마트폰에서 이뤄지는 거래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 기기들은 각 서비스의 서버에 접속하는 클라이언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전세계는 블록체인을 이 같은 ‘서버-클라이언트’ 방식을 벗어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보고 있다.

Q.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상용화에 앞서 기술이나 시장 성숙도가 어느 단계까지 왔다고 보는가.

지난 수년간 블록체인은 비주류 기술 및 산업으로 취급돼 왔지만 이제 그런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세계에 이름을 들어본 모든 기업들은 블록체인에 어떤 형태로든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 프로젝트들이 급증하고 시장의 관심도 커지며 블록체인에서 파생된 암호화화폐 시장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성장해 200조원이 넘는 시장이 됐다.

산업별로는 금융사들이 가장 먼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해왔는데 이제 상용화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비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SBI홀딩스, 구글, 골드만삭스 등을 중심으로 관련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콘셉만 있었던 많은 기술들이 실제 구현돼 제품화 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초기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Q.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은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강한 규제와 맞물려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아 보인다.

국내 암호화화폐 거래소들의 거래량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전반적인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는 그보다 훨씬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블록체인 관련 기업도 소수이며 개발자 층도 매우 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상용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오픈하는 등 기술적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부분도 있다. 최근 오픈한 ‘Chain ID’의 경우 국내 증권사들이 함께 모여 상용서비스를 론칭한 세계 첫 사례다. 한국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상용서비스가 가능할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며 이러한 의구심을 떨쳐 냈다.

Q.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며 정부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블록체인 기술 발전 또한 우려되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산업 초기마다 늘 다양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기존 규제 체계와 충돌해왔다그런 문제들이 없다면 오히려 혁신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는 아직 산업이 무르익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할 때 사람들은 새로 나오는 인터넷 서비스가 기존에 비해 얼마나 빠른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단계에 이르러 일상으로 완전히 녹아 들었기 때문이다. 숨을 쉬는지도 못 느끼며 숨을 쉬는 것과 같다. 블록체인도 조만간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하지만 주변적인 문제들이 전세계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결될 것이다.

자동차가 등장한 이상 다시 말을 타고 다닐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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