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레버리지 등 활성화 정책 사실상 폐기
규제 강화되면 ELW처럼 시장 고사될 수도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연초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활성화를 계획했던 금융당국이 원유 관련 상품으로 인해 투자자 손실이 커지자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자세를 바꿨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레버리지·인버스 등 고위험 ETP(ETF·ETN)에 기본예탁금을 설정하는 등의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본예탁금은 선물·옵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파생상품을 처음 거래할 때 증권사에 내야 하는 금액이다. 통상 위험도가 큰 상품의 시장참여자를 제한할 목적으로 설정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융위와 거래소는 ETN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원유, 천연가스, 금 등 다양한 해외 원자재 ETN의 상장과 3배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이는 해외 ETN에 몰리는 투자금을 국내 ETN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해외 ETN은 국내 ETN에 비해 다양한 수익구조와 기초자산을 가지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직접투자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이 급락하자 반등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원유 레버리지 ETN으로 몰리며 상황은 달라졌다. 투자자들의 매수세로 발행사의 지표가치와 시장가치의 괴리율 조정은 어려워졌고 제 가격에 거래가 되지 않자 투자자의 손실금액이 계속해서 커진 것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투자자들에게 관련 상품 투자 시 유의할 것을 당부했지만 투자자들의 원유 ETN 투자는 계속됐다. 

결국 금융당국은 ETN에 대한 고강도 규제 검토에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ETN 시장 활성화 대책 방안도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향후 기본예탁금이 설정되면 ETP 시장은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ELW가 기본예탁금 설정 이후 고사된 전례도 있다. 

지난 2010년 월평균 거래대금 43조원 규모의 ELW시장은 기본예탁금 설정 등 당국의 규제로 인해 2013년 1조원대로 줄어들었다.

특히 해당 규제는 ETN 시장에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구성이 다양해 레버리지·인버스 등 고위험 상품 비중이 적은 ETF에 비해 ETN은 고위험 상품 비중이 높아서다.

현재 전체 ETN 상품 194개 중 레버리지 상품은 29개, 인버스는 49개로 전체 상품비중의 40.2%나 차지하고 있다. ETF의 경우 전체 450개 상품 중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비중은 18.6%에 불과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N은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 힘든 자산들에 소액 투자가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최근 ETN 투자는 취지에 맞지 않게 됐다”며 “금융당국의 기본예탁금 설정 등 규제가 도입된다면 ELW의 경우처럼 시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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