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빅3 보장성 신규매출, 생보사 빅3 상회
교보생명, 매출 절반이 저축보험 판매서 비롯돼
“생·손보 공통영역인 제3보험 체질개선 더딘 탓”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전통적인 생명보험 영역인 보장성 인(사람)보험 판매에서 손해보험사가 생명보험사를 앞지르고 있다.

대형 생보사들이 여전히 매출 확대를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밀어붙인 결과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등 보장성 인보험 판매 상위 3사의 장기인보험 초회보험료 수입은 2102억원이다.

초회보험료는 보험계약자가 첫 달 내는 보험료를 의미한다. 보험사의 신규 매출 추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된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 상위 3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초회보험료 수입은 274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저축성보험 판매가 대부분인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채널의 초회보험료 수입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들 3개사의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1976억원으로 손보 빅3보다 낮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올 상반기 초회보험료 수입 819억원에서 절반에 가까운 47.7%(391억원)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비롯됐다. 결국 저축성보험 판매로 체면치레를 한 것이다.

방카슈랑스 매출도 은행서 ‘단기납 플랜’을 활용한 저축보험 판매에 주력한 결과다. 이 플랜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첫 회에 모두 내도록 만들어졌다. 은행에 판매수수료를 미리 더 얹어줄 수 있어 쉽게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

이는 종신보험 및 중대질병(CI)보험을 통한 보장성보험 확대에 나서자는 연초 교보생명의 사업계획과 정반대 행보다. 

최근 보장성 인보험 시장은 사망보장에서 건강보장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며 생보사의 주력상품인 종신보험의 보험료가 너무 비싸진 탓이다.

건강보험은 생명·손해보험사가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제3보험 영역이다. 그만큼 판매 경쟁도 치열한데다, 생보사들은 건강보험 판매로의 체질개선에 더딘 모습이다.

그 간극은 여전히 저축성보험 판매로 메우는 실정이다. 제3보험은 보험료 크기가 종신보험이나 저축보험보다 낮아 당장 같은 수량을 팔아도 지급해야 할 보험금부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은 모두 미래에 보험계약자에게 이자를 쳐서 돌려줘야 할 부채다. 오는 2023년 바뀌는 새 회계제도(IFRS17)나 감독제도(K-ICS) 하에서는 수익으로도 인식하지 않는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손보사와 공통영역인 제3보험 판매에서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대형 생보사들의 체질개선이 늦다”라며 “이 가운데 과거에 판매한 보험금 부채를 상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서면서 장기적인 건전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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