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9 12:30 (수)
[응답하라 우리술 178] 국내산 몰트로 빚은 수제맥주 등장
[응답하라 우리술 178] 국내산 몰트로 빚은 수제맥주 등장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12.07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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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뱅크크릭, 해남·제주·군산 보리로 첫 시도
50% 넣은 맥주부터 시작…완전 국산화 목표
몰트는 보리를 물에 담가 발아시킨 뒤 건조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사진은 발아된 보리를 서서히 휘저어 주면서 식히는 과정이다. 홍성태 뱅크크릭 대표는 자작으로 몰팅 기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몰트는 보리를 물에 담가 발아시킨 뒤 건조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사진은 발아된 보리를 서서히 휘저어 주면서 식히는 과정이다. 홍성태 뱅크크릭 대표는 자작으로 몰팅 기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공산품과 비교해 농수산물에 관한 국내산 수요는 비교적 견고하다.

그런데 같은 먹거리라도 알코올음료의 국내산 수요는 일반 농산물에 비해 크지 않다.

일상에서 선택 가능한 제품들을 모두 국내 업체들이 만들다 보니,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분하기 힘들고, 너무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소비해온 탓일 것이다.

그나마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 형성되면서 지역의 명품 쌀로 빚은 우리 술이 늘고 , 포도와 사과, 복숭아 등의 제철 과일을 발효시킨 와인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어 우리 술의 국적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급성장하고 있는 크래프트맥주 시장에서의 국산 농산물 활용은 아직 미미하다.

일부 맥주 양조장에서 한정판 맥주를 선보이기 위해 자신들이 농사지은 홉을 활용하고 있지만, 홍보용에 그칠 정도로 규모는 작은 편이다.

게다가 맥주를 만드는 핵심 원료인 맥아(몰트)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국내산 맥아 생산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이유는 맥아를 만드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이며, 만든다고 해도 수입산 맥아만큼 효율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맥아는 엿을 만들기 위해, 보리의 싹을 틔워 중지시킨 엿기름과 유사하다.

보리의 싹을 틔우면 보리 안의 전분이 당화하기 좋은 조건으로 바뀌는데, 이 과정을 거쳐야 보리 전분이 지닌 당분을 추출해서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 공정이 까다롭기 그지없다.

수천년 동안 맥주를 만들어온 서양의 경우는 맥주에 특화된 보리 품종도 많이 있고, 끊임없이 품질 개량을 하면서 맥주 양조용 보리를 만들어왔지만, 우리의 경우는 식량용 보리다 보니 선택지 자체가 없었다.

상황이 열악한데도 ‘국산 맥주’에 꿈을 놓지 않고 한 계단씩 기초를 다지며 맥주를 양조하는 양조장이 있다.

제천에 있는 뱅크크릭브루어리(홍성태 대표)가 그곳이다.

맥주의 주원료인 몰트는 대개 수입에 의존한다. 국내 맥주 양조장 처음으로 제천 뱅크크릭브루어리에서 국산몰트를 넣어 아이피에이 맥주를 만들었다. 사진은 국산몰트를 50% 넣어 만든 솔티IPA.
맥주의 주원료인 몰트는 대개 수입에 의존한다. 국내 맥주 양조장 처음으로 제천 뱅크크릭브루어리에서 국산몰트를 넣어 아이피에이 맥주를 만들었다. 사진은 국산몰트를 50% 넣어 만든 솔티IPA.

IT 및 보안업계에서 나와 맥주 양조를 배우던 시절 슬로베니아의 한 양조장이 홍 대표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자국산 재료(홉)를 사용하면서 ‘슬로베니아 맥주’라고 표시한 모습이 인상 깊었던 탓이다.

첫 작업은 홉이었다. 지난 2016년부터 양조장 한편에서 농사짓기 시작하다,

마을에 작목반을 만들어 대량으로 농사를 짓는 환경을 조성해 자신의 맥주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절 한정판이라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홉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홍 대표는 지난해부터 국산 몰트 제조에 아이디어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별도의 증류소 공간을 만들면서, 자작으로 몰트 제조기를 만든 홍 대표는 올여름 국산 보리 수백 킬로그램(Kg)을 폐기해야 했다고 한다.

맥아를 만들기 위해선 ‘담금, 발아, 건조’  를 거치게 되는데, 과정별로 온도 및 습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상했기 때문이다.

발아시킬 때는 수분 함량을 40~45%로 유지해야 하고 이를 골고루 발아시키기 위해서 천천히 맥아를 휘저어야 하는데, 이때 발열이 심해 휘젓는 속도는 물론 온도를 제대로 맞춰줘야 한다.

또 건조 과정에선 수분 함량 5%까지 단계별로 말려야 하는데, 모든 과정을 처음하다 보니 수시로 오류가 발생했다고 홍대표는 말한다.

이렇게 해남과 제주(호품) 그리고 군산(광맥)의 보리로 맥아를 만든 홍 대표는 최근 국산 몰트 50%를 넣은 인디아페일에일(IPA)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솔티IPA의 국산 버전인 것이다.
 
홍 대표는 앞으로 100%까지 국산 몰트의 양을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며, 계약재배를 시킨 호품을 중심으로 몰트를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만들고 있는 마이크로증류소가 완공되면 내년부터 국산 위스키를 위한 시범 제조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벨기에식 맥주에 이어 위스키까지 홍 대표가 그리고 있는 새로운 술의 여정이 시작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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