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논란에 당위성 부여하는 것”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사진=금감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사진=금감원)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 배당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권과 배당금 산정 방식 및 절차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 시 금융사의 과도한 ‘배당잔치’를 막겠다는 의도다.

배당은 금융사 고유의 영역이지만, 국가적 차원의 재난 상황 장기화 시 금융사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수 있는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금감원은 일방적인 배당 제한 권고가 아니라 업계와 논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마련, 자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데 초점을 뒀다. 

당국은 해외사례를 참고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미국에서는 금융사가 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해당 테스트는 특정 사건 발생 시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해 재무건전성과 안정성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배당 자제를 구두로 권고한다. 

최근 금감원은 은행권의 적정한 연말 배당 규모를 산출하기 위해 스트레스테스트를 마쳤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총 3단계로 설정됐으며 위험 수위가 높아질수록 당국이 마련한 적정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은행들이 늘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할 경우 배당 규모를 줄여야 하는 은행이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은행별 상황에 맞는 권고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은 냉담한 분위기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배당자제령’을 내리면서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이자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것으로 우회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관치금융, 정치금융 논란에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사도 민간기업이다 보니 마냥 당국의 가이드라인만 따르다가는 주주들의 원망을 살 수 있다. 주주 눈치에 당국 눈치 보랴 중간에 낀 금융사들만 난처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라는 게 강제성을 띠지는 않지만,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금융사 중 당국 지침을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법적 배당 제한안이 기조치 된 상태에서 당국의 개입 수준이 적정한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도 주식회사이므로 배당 자율성이 있지만, 일반 회사와 달리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건전성 관리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불확실한 리스크를 충분히 입력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업권과 이견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