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중요…숲을 보기 위해 노력"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일관성

BNK 부산은행 안감찬 은행장 (사진제공 부산은행)
BNK 부산은행 안감찬 은행장 (사진제공 부산은행)

<대한금융신문=박민현 기자> BNK금융그룹을 이끌어가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지 오는 10일이면 100일이 된다. 지난 4월 선임된 안감찬 부산은행장(57)과 최홍영 경남은행장(58)은 각 은행에서 30년 이상 몸 담아온 정통 금융인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두 은행의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는 내부 현안에 정통한 리더를 선임했고, 이들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본지는 두 은행장의 취임 100일을 맞아 30여년간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두 리더의 철학과 은행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Q. 지난 4월 1일 부산은행장으로 취임한지 100일을 맞았습니다.

A. 지난 1967년 부산은행이 설립된 후 13번째 은행장이 됐습니다. 약 15000분의 1 확률로 이 자리에 서게 된 셈이죠. 부산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지역사회와 은행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큰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스럽고, 한편으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더욱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올해 창립 54주년을 맞는 부산은행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미래 100년 은행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고, 고객과 지역사회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부산은행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부산은행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Q. 임원 시절 핵심부서인 경영기획, 마케팅, 여신운영그룹 등을 두루 거쳤는데 책임자로서 어떤 부분에 가장 주력을 두고 업무를 보셨나요?

A. 나무도 중요하지만 숲을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내가 맡고 있는 업무에만 매몰되지 않고 항상 균형감을 갖고자 했으며, 은행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무엇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고민하며 부산은행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업무에 있어서 저는 직원들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입니다. 가급적 부하직원들에게 업무에 대한 권한을 최대한 주어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도록 하되,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은 늘 제가 떠안는 책임경영을 해왔습니다.

Q. 여신운용그룹장 당시 여신프로세스 및 자산건전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며 외유내강의 소통형 리더십을 가진 인재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CEO로서의 자질은 무엇인가요?

A. 최근 국내 금융산업은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 고착화 및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의 급속한 진행, 금융산업 진입 규제완화로 인한 인터넷은행과 경쟁 등 급격한 환경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조직의 리더는 먼저 변화에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을 섬기고,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해 궁극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시키도록 하는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과거와 같이 조직 구성원들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으로는 조직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가 경직되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일관성’입니다. 조직문화는 유연하되 CEO가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진정성을 보여 주어야만 구성원들의 신뢰와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Q. 취임식에서 ‘흔들리지 않는 부산은행의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담긴 의미와 이를 위한 앞으로의 로드맵은 어떻게 구상하시나요?

A. 지난 몇년간 은행을 둘러싼 일부 좋지 못한 일들로 조직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고, 부산은행의 변화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되었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은행장 취임사에서 ‘부산은행의 신금융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부산은행의 위상을 확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입니다.

부산은행은 많은 역경을 견디고 그때마다 더 높은 도약을 이뤄낸 저력 있는 조직입니다.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는 굳은 각오로 취임 이후 100일 간 은행의 변화와 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내부 혁신 차원에서 지난 54년간 해결하지 못한 은행의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를 바로잡고 생산적인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본부부서를 시작으로 영업점까지 ‘워크다이어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는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은행의 전통적인 여수신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빅테크, 핀테크 업체와 적극적으로 제휴하고 블록체인을 비롯한 디지털 신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10년대 초반 부산은행이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시중은행을 제치고 각종 지표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내실 면에서 시중은행을 뛰어 넘는 1등 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취임 이후 일부 조직을 개편했는데 그 이유와 행장님께서 생각하는 조직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A. 지난 4월 1일 투자금융(IB) 부문의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기존 여신운영그룹 내에 있던 IB사업본부를 투자금융그룹으로 격상하고 영업본부는 영업에만, 지원본부는 영업본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기존 여신지원본부 내 여신심사부에서 수행하던 IB심사업무를 분리해 IB여신만 전담하는 IB심사부를 신설해 전문성과 함께 빠른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직체계를 정비했습니다.

이는 연초 BNK금융그룹이 제시한 ‘투자전문그룹으로 전환’ 이라는 미래성장전략에 발 맞춰 그룹 핵심계열사인 부산은행이 기존 상업은행 업무와 함께 IB업무까지 전문으로 하는 투자은행으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다각화하기 위한 투트랙 성장 전략입니다.

저는 은행 영업의 기본이 되는 여신영업력을 강화해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1일에는 ‘수도권여신영업센터’를 신설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 거점 영업채널을 확보하고 여신영업을 확대했습니다. 또한 기존 리테일금융부 내에서 팀으로 운영해오던 여신영업센터를 부서급인 ‘부울경여신영업센터’로 격상하고, 기존 영업점 집단대출 지원업무뿐 아니라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비대면 여신사후관리 업무까지 그 역할을 확장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Q. 1989년 2월 부산은행 대신동 지점에서 행원으로 첫 근무를 시작해 올해로 32년째 은행 문을나서고 있습니다. 행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일관되게 지켜왔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1988년 연수를 받고 있을 때 CEO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초급자 시절을 지나 책임자가 되었을 때 은행원의 직업이 소중한만큼 책임감도 느끼게 되었고, 무엇보다 참 즐거웠습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서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며 속도보다는 방향성에 중점을 두고 은행생활에 임했습니다. 마라톤을 뛸 때 페이스를 잘 조절하고 순간적인 유혹에 타협하지 않아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듯, 저도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다양한 업무경험과 업무역량을 차근차근 쌓아 경쟁력을 높여 왔습니다.

또한 조직생활을 하면서 동료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보고 에너지를 소모하기 보다는 스스로 절대적인 수준을 정해 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은행 안에서는 물론 은행 밖에서도 늘 신의와 의리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은행 동료, 거래처 및 고객들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에게 믿음직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대했으며, 한번 맺은 관계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초심을 잃지 말자’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초임 지점장 시절, 제 이름으로 발행했던 자기앞수표는 저의 좌우명을 보여주는 징표로서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매 순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것, 이 단순한 철학이 은행원에서 은행장의 자리까지 오게 된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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