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상품임원 모여 이달까지 판매하기로
보험료·모럴 등 당국 지적 이어지자 부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사진=금융감독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사진=금융감독원)

이달을 끝으로 운전자보험 내 피해자부상치료비 특약의 판매가 중단된다.

2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상품 임원들은 이틀전 손해보험협회에서 회의를 갖고, 피해자부상치료비 담보를 이달 말까지만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피해자부상치료비 특약에 대한 감독당국의 지적이 이어지자, 부담을 느낀 손보사들이 상품 개정이 아닌 판매 중단으로 결정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최근 보험개발원 검사에서 삼성·현대·DB 등 6개 손보사가 판매하는 피해자 부상치료비 특약의 보험료율이 과도하게 적용,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게 산출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국은 위험률 산정 시 이용된 ‘교통사고 피해자 통계’가 특약이 보장하는 위험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약이 보장하는 위험은 ‘가해자가 검찰에 의해 기소 또는 기소유예 된 사고’로 한정됐지만, 활용된 통계에는 ‘공소권 없음’ 등 다른 사고가 포함됐다.

보험료 할증도 과도하게 적용됐다. 보험업감독규정에는 보험료율을 산출할 때 위험률을 30%까지 할증할 수 있고,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보장하는 경우에만 추가할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은 피해자부상치료비 특약에 50% 이상 위험률 할증을 적용했다. 금감원은 피해자부상치료비 보장이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보장한다고 볼 수 없어 보험업감독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손보사 가운데 보험료율이 적정하게 산출된 곳은 KB손해보험이 유일하다.

이에 손보 6개사에 이달 말까지 보험료율 산출방식을 시정하고 다음 달부터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의 지적사항을 수용했다면, 보험료 인하 등 상품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KB손보까지 판매중단 결정에 동참하면서, 내달부터 운전자보험 내 피해자부상치료비 특약은 더 이상 가입할 수 없게 됐다. 이제껏 이 특약에 가입한 가입자들은 80만명에 이른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료나 모럴해저드 측면에서 반복적인 지적을 받자 손보사들도 부담을 느낀 것 같다”라며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요율을 구하려면 수사기관의 통계가 필요한데 물리적인 방법이 없다. 판매를 강행해도 실익이 크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금감원은 피해자부상치료비 특약에 대해 반복적인 경고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 6월에는 이 특약의 모럴해저드(역선택)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가벼운 사고에도 상해급수 등 부상정도과 관계없이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의 특성상 중복 가입해 고액의 보험금을 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이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