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세한 금리조건에 포인트·캐시백도 제공
작년 카드사 자산 12%↑…신차금융 잠식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추이(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추이(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금조달 여건이 양호한 카드사들이 우세한 금리조건으로 자동차금융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금융 강자로 불린 캐피탈사들은 좌불안석이다.

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차 제네시스 G80 신차를 48개월 할부(현금구매 비율 30%)로 구매할 때 카드사들은 연 2.2~5.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캐피탈사들은 2.9~7.94%로 카드사와 1~2%가량의 금리차를 보인다.

카드업계 내 선두자리를 꿰찬 신한·KB카드에 이어 우리·롯데·하나카드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자동차금융 자산 불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초 새롭게 진입한 하나카드의 경우 한해도 안 돼 3600억원을 취급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초 캐피탈금융부를 오토금융본부로 개편하고 본부 내 오토신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자동차금융에 힘을 주는 모양새다. 지난해 취급자산은 1조5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5000억원) 늘리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중이다. 
 
현대카드도 이달 1일부터 현대·기아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할부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그간 현대캐피탈과 사업이 중복돼 자동차금융 시장을 멀찍이 관전했지만, 최근 현대캐피탈과의 경영분리가 시행됨에 따라 직접 발을 들인 것이다.

이달 간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1.5~2% 포인트 적립, 1.2% 캐시백, 최대 1% 할부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제공 중이다. 캐시백은 일시불 결제에만 적용되며, 캐시백 및 금리할인 혜택을 이용하면 포인트 적립 혜택은 받지 못한다.

덕분에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9조7600억원으로 전년 8조6600억원 대비 12.7% 늘었다. 지난해 1분기말 9조100억원, 2분기말 9조5200억원, 3분기말 9조7900억원에 이어 지속 상승세다.

경각심을 느낀 캐피탈사들은 지난해부터 금리인하와 프로모션 확대 등의 마케팅을 강화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중순 신차 할부금리를 0.7%포인트 인하하며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또 기존 현대차에만 적용되던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이달부터 기아차에도 확대 적용한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진출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캐피탈사들의 지난해 자동차금융 취급자산은 27조9400억원으로 전년 28조2400억원 대비 1.09% 줄어들었다. 대형사인 현대·KB캐피탈의 경우 전년 대비 각각 5.54%, 7.4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캐피탈사들은 금리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신차보다 중고차 할부금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신차 금융은 카드사들이 금리경쟁력을 통해 많이 잠식하는 중이다. 다만 중고차는 현장 영업 등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 금리조건만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이를 고려해 중고차 금융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신차 금융에서 미진한 부분을 중고차 시장에서 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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