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금감원 제도화 이후 적발실적 1건
“불시휴가, 업무에 지장…구색만 맞추는 중”

2022년 5월 3일 11: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대형 횡령 사고 이면엔 구색만 맞춘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체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사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전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명령휴가제’를 시행 중이다.

명령휴가제는 현금 또는 실물자산을 취급하는 임직원에 대해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사측에서 검사를 실시, 취급 서류 재점검 등을 통해 부실·비리 행위가 없었는지 확인하는 내부통제 제도다.

은행들은 자금거래업무, 트레이딩 및 파생상품거래 등 업무 수행 직원, 영업점 출납업무 담당자 및 창구업무 담당자 중 동일 영업점에 3년 이상 근무한 직원 등에 대해 연 1회 이상 명령휴가와 특명검사를 하도록 내규에 정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은행에서 명령휴가제를 도입해 자유롭게 운영해오다, 금융사 직원의 비리 차단 강화를 목적으로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4년 제도화했다.

당시 금감원은 명령휴가제가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은행 운영실태 적정성 평가항목에 금융사고예방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법령 근거를 마련했다. 매년 상시 검사를 실시, 운영실적 및 적용이 배제되는 예외 승인 직원 기준을 확인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한다.

지난 2015년 KB국민은행이 명령휴가제 부실 운영으로 제재를 받은 이후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은행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은행원의 횡령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8개(신한·국민·하나·우리·기업·농협·산업·SC제일)은행에서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연평균 18.6건의 횡령유용 사고가 발생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22건으로 발생 횟수가 가장 많았다. 금액 기준으로는 하나은행 82억3000만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고 △IBK기업은행 30억원 △농협은행 29억30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최근 대형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15건, 27억3000만원의 횡령유용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횡령 등의 위험에 쉽게 노출돼있는 직원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며 “명령휴가제와 같은 불시 검사를 통해 은행이 항상 긴장하며 내부통제에 신경 쓸 수 있도록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명령휴가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는 임직원 비리를 근절하기보다, 제도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구색 맞추기식으로만 대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명령휴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정기 휴가, 연수 등에 관행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갑자기 인력이 빠지면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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