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에 인센…차주 기하급수
금리 ‘빅스텝’ 시 열 중 아홉 치명타

2022년 5월 9일 17: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 정책에 힘입어 중신용자 10명 중 9명이 대출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이들의 부실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점수평가 데이터가 있는 4769만2811명 중 41.14%에 해당하는 1962만3507명이 금융사에 대출을 보유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평점 구간별로 살펴보면 신용도가 다소 우려되나 기존 거래를 유지할 수 있는 차주로 분류되는 중신용자(신용점수 400~699점)의 대출 보유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대출보유자를 구간별로 살펴보면 △600~699점 72만9594명 중 87.85%(64만997명) △500~599점 11만631명 중 93.69%(10만3659명) △400~499점 4만6037명 중 96.89%(4만4607명) 등이다. 중신용자의 10명 중 9명 이상이 대출자로 구성됐다는 의미다.

반면 금융사고 위험이 적은 고신용자(신용점수 700점 이상)는 전체의 39.84%가 대출을 갖고 있었고, 신용도가 우려되는 수준으로 부실화가 진행 중이거나 이미 신용거래에 문제가 생긴 저신용자(신용점수 399점 이하)의 대출 보유 비중은 49.15%로 집계됐다.

중신용자의 대출 보유가 기하급수적으로 치달은 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중신용자 대상 대출 상품 취급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 확대 정책을 펼친 영향이 크다.

특히 인터넷은행에는 중금리대출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에 맞춰 올해 말까지 중신용자 대출 비중을 30~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신용자 대상 대출의 경우 정부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수요가 줄어든 반면, 인터넷은행들이 집중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의 대출 부실 리스크 역시 빠르게 부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1.25%포인트에서 0.5~0.75%포인트로 좁혀졌다.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긴축 속도에 한·미금리 역전 가능성을 우려한 한국은행이 현재 1.5%인 기준금리를 연내 2.25%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한은은 이미 올해 1월과 4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번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은 변동금리 차주의 이자 부담 상승으로 직결된다.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0% 안팎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4769만2811명의 대출보유자 중 0.83%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규로 3개월 이상 연체가 등록, 장기연체 가능성이 큰 차주로 관리되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제로 가구 부채 규모를 통제하면서 고신용자 대출문턱을 높이고, 중신용자 우대 정책을 펼쳐 중금리대출 시장 규모가 대폭 커졌다”라며 “포용적 금융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향후 물가상승 및 금리상승이 지속될 경우 필수 소비지출 및 이자 지급액 증가로 재무상태가 취약해지는 가계가 늘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은 아직까지 기준금리에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고 있지만, 확고한 금리 정상화 의지를 표명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릴 조짐을 보여 빚이 있는 중·저신용자들의 이자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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