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기관장 협력진영을 구축한 새 정부의 칼끝이 금융권을 본격 겨냥하고 있다. 수많은 금융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킨 DLF·라임·옵티머스 사태부터 잇따른 횡령 사고로 불거진 내부통제 부실 문제, 권한은 마음껏 행사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황제 경영’의 근간인 장기집권의 고리를 끊기 위한 움직임에 금융권은 초긴장 상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2022년 6월 13일 11: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초기 행보로 문재인 정부 당시 수조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초래했던 각종 사모펀드 관련 사건에 대한 검사 및 재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에서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키는 등 금융범죄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금감원장이 금감원 설립 이래 첫 검찰 출신이자, 경제·금융 수사통으로 꼽혔던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 금감원장은 출근 첫날인 지난 8일 기자실에서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 과거 사건을 다시 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회 일각에서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스템을 통해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재조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근 몇 년간 각종 사고에 휘말렸던 금융사들은 좌불안석이다. 재수사로 인해 새로운 변수가 생겨나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주요 경영진 리스크 여파에 투자 유치부터 신사업 진출, 주가 등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사태의 경우 전 정부 고위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까지 있어 감독 및 제재 수위가 대폭 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금융당국과 소송을 불사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엔 더욱 긴장감이 맴도는 모습이다.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이에 불복해 금감원을 상대로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올해 1심에서 패소한 상태다.

또 지난 2015~2016년 은행장 재직 당시 채용 청탁을 받아 특정 지원자를 통과시켰다는 비리건과 관련해서도 1심에선 승소했지만, 검찰이 항소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현 금융지주 회장들이 얽혀있는 사모펀드 사태 재수사가 장기간 권력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수장에 대한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 회장은 선임 된 지 2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신임이다. 하지만 회장 나이가 70세를 넘길 수 없게 한 내부규범에 따라 10년간의 장기집권 끝에 불가피하게 물러난 김정태 전 회장의 심복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은 수장 교체에도 ‘쇄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 전 회장은 향후 2년간 하나금융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함 회장의 경영 자문을 도울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이 퇴임 직전 함 회장의 경영 행보에 견제구를 날릴만한 인사를 모두 정리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태종(김정태 전 회장)의 그늘에서 성장한 세종(함영주 회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누군가 추대하고 논의 끝에 왕이 되는 것이 동서고금의 유례다. 회장이 특정인을 후임으로 내정하고, 경쟁자들을 정리하는 방식의 승계는 기업가치에 도움이 안 된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막강한 인사권을 무기로 재벌총수 행세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라며 “금융지주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나눠먹기식’ 인사는 고쳐져야 할 세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이 스스로 왕관을 만들어 올리고 측근에게 물려주는 행태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자문위원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는 후문”이라며 “각종 금융사고를 다시 들추는 건 정부가 금융개혁을 명분으로 한 인적 물갈이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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