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기관장 협력진영을 구축한 새 정부의 칼끝이 금융권을 본격 겨냥하고 있다. 수많은 금융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킨 DLF·라임·옵티머스 사태부터 잇따른 횡령 사고로 불거진 내부통제 부실 문제, 권한은 마음껏 행사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황제 경영’의 근간인 장기집권의 고리를 끊기 위한 움직임에 금융권은 초긴장 상태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2022년 6월 23일 11: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지난 2010년 10월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이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뤄졌다. 짧은 역사지만 지주회사 체제에선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권 독단, 이사회의 집단이기주의 표출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절차적 투명·책임 경영 확립을 위한 지배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완전모회사(지분 100% 보유)인 농협중앙회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지배구조가 풀어가야 할 중요 과제로 꼽힌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가 경영 효율성 확대를 위해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유통)사업을 떼어내는 사업구조개편을 단행하면서 출범했다.

농협금융지주 초대 회장에는 내부인사로 신충식 농협중앙회 전 전무이사가 선출됐으나, 취임 98일 만에 회장직을 사퇴, 농협은행장직만 유지했다.

당시 신 전 회장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새 인물로 강력한 외부인사가 필요하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신 전 회장 후임으로는 신동규(2대·2012~2013년), 임종룡(3대·2013~2015년), 김용환(4대·2015~2018년), 김광수(5대·2018~2020년) 등 1급 이상 고위 관료 출신이 자리했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를 둘러싼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지속되자 지금의 손병환 회장이 등판했다. 손 회장은 NH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 부문장, 은행장 등 요직을 거친 인물로 짧은 기간 머문 초대 회장 이후 첫 내부 출신 인사다.

손 회장 인선 당시 농협금융지주 안팎에선 정부 코드 인사를 떨치고,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가진 수장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왔으나 그 흐름이 오래가진 못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한 596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14.4%), 신한금융지주(17.5%), 하나금융지주(8%), 우리금융지주(32.5%)의 순이익은 늘어 5대 금융지주 중 손 회장만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대출 증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 전반의 이자이익이 급증에 기반한 것일 뿐 포스트코로나를 앞두고선 역량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부진한 실적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신임이 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손 회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이 회장이 선출된 지난 선거에서 영남지역 조합장들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 큰 공로를 세웠다는 평이 나온다.

이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손 회장을 농협은행장에 임명, 10개월 만에 다시 농협금융지주 대표에 올린 것을 두고 업계에선 손 회장을 이 회장의 둘도 없는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4년까지 손 회장의 자리 역시 보전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금융지주 내 2인자인 농협은행장에도 이 회장의 입김이 닿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경기영업본부장 등 주로 경기도 지역에서 활동해 온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대표적 경기권 인사인 이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영진 인사는 회사별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 보고, 주주총회 등을 통해 결정된다. 원칙적으론 중앙회가 개입할 수 없는 구조지만, 자회사 임추위엔 중앙회의 직접적 관리를 받는 특정 조합장이 포함돼있다. 중앙회 영향력으로부터 지주, 은행 등은 독립 경영을 보장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짚었다.

그는 “중앙회장이 바뀌면 경영진들이 대거 물갈이되는 일이 반복, 농협금융지주의 설립 취지인 자율경영과 신경분리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며 “농협만의 지배구조 특수성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으나, 가능한 선에서 개선점을 찾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려는 끊임없는 노력과 시도가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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