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상황 배제된 수치 공시
소비자 인식 왜곡될 수 있어
중·저신용 대출기피 우려도

2022년 8월 22일 14:2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은행이 ‘이자 장사’를 가장 심하게 하는지 대대적으로 공개된 가운데 업권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2일 은행연합회는 홈페이지 내 소비자포털에 은행별 예대금리차(대출금리-저축성수신금리) 비교공시를 시작했다.

이번 공시체계 개선은 금리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충분하게 제공함으로써 금리 상승기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됐으며, 앞으로 매월 20일(공휴일이면 익영업일)에 전달 기준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처음 공시된 지난달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살펴보면 전체 19개 국내 은행 중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5.65%로 가장 높았으며 지방은행 권역에선 전북은행이 4.59%, 시중은행 권역에선 NH농협은행이 1.36%로 최상위에 집계됐다.

동일 조건에서 가장 예대금리차가 낮은 곳은 BNK부산은행(1.08%)으로, 토스뱅크와 비교해 4.57%포인트 격차가 났다.

5%대 예대금리차에 대해 토스뱅크는 신생 인터넷은행으로서 겪는 특수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당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38%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고, 연 2%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 통장) 중심의 사업적 특성이 수신금리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예대금리차가 높게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보대출 대비 비교적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여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역시 평균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친다”며 “출범 이후 중·저신용자 포용과 차별 없는 고객 혜택 제공이라는 설립 취지 달성을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 주장과 같이 중·저신용 대출, 신용대출 비중 등 여·수신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예대금리차에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은행연합회 측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이나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수 있다.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성 상품 취급이 많은 상황에도 예대금리차가 늘어날 수 있는데 토스뱅크 다음으로 높게 나온 전북은행이 그런 경우다. 전북은행은 서민금융진흥원 연계 대출인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은행권에선 예대금리차 공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실 반영 없이 순위만 매기는 공시 정보는 소비자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이자장사 수준’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첫 공시를 앞두고 ‘예대금리차 1등’ 낙인을 피하려는 은행의 수신금리 인상 행렬이 줄을 이었는데 단기적 측면에선 공시제도의 긍정적 효과로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신금리 인상이 당장은 예대금리차 축소를 수반하는 듯하지만, 대출금리도 결국 수신금리 등 자금조달비용을 기반으로 정해진다는 점에서 다음달 대출금리 인상을 이끌 수 있고 앞으로 은행들이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저신용 차주 대출을 꺼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중·저신용, 신용대출 취급 비중에 따라 평균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현상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대출평균(가계+기업) 기준, 가계대출 기준 예대금리차, 신용점수 구간별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이번 공시체계 개선이 은행권 여·수신 금리 및 소비자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니터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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