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차 높으면 높아서, 낮으면 낮아서 민원 시끌
신용점수만큼 가감금리 중요한데…“설명 부족해”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 모습. 사진은 아래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 모습. 사진은 아래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2022년 9월 8일 11:4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은행권 곳곳에서 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단순 평균치로 계산된 공시 내용만을 보고 자신은 불합리한 금리를 적용받았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운영하는 소비자포털에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있다. 기업·가계 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 공시로 매월 예대금리차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시장 자율경쟁을 촉진해 금리 운용의 투명성‧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은행들은 공시와 동시에 시작된 후폭풍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은행마다 다른 여신사업 구조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예대금리차 수치에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은 ‘이자 장사’를 심하게 한다는 악명을 얻었고, 영업 일선에선 신용점수가 높은데 평균보다 못한 대출 금리를 적용받았다는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외에 가중평균금리, 가감금리 등 여러 요건에 따라 산정되는데 이 같은 내용은 배제한 채 공시된 평균 수치만 보고 신용점수가 높은데 왜 이자를 비싸게 받냐며 창구를 찾아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창구 직원들이 직접 소통으로 소비자 민원 해결에 애쓰고 있지만, 모든 오해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금융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충족시켜주자는 예대금리차 공시 취지는 공감하지만, 부작용이 더 크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예대금리차 공시로 인한 혼란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평균 신용점수, 가계대출 기준 예대금리차, 신용점수 구간별 예대금리차도 함께 공시되고 있긴 하나, 시장 혼란 야기 문제를 소비자에게 떠넘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시 홈페이지에 관련 문구도 없이 표면적 수치만 올려놓는 건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 의견을 수렴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손질 작업에 들어갔다. 이르면 내달 개선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제도 시행 전 시장 왜곡 등 부작용 발생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을 강화하는 일이, 시장 질서를 깨뜨리는 일이 돼선 안 된다”며 “공시 내용이 좋아도, 안 좋아도 은행의 신뢰만 깨진다면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 적어도 제도가 은행과 소비자 간 오해를 발생시키진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