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횡령·정보유출 잇따르며 신뢰 훼손돼
시중은행과 수신금리도 비슷…경쟁력 급감

올해 저축은행 주요 금융사고 현황
올해 저축은행 주요 금융사고 현황

2022년 9월 28일 11: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페퍼저축은행에 예금을 넣어 둔 A씨는 최근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A씨의 이름, 생년월일, 계좌번호 등이 다른 고객에게 잘못 발송됐다는 내용이었다. 보안사고로 예금이 타인에 의해 인출될 수 있다는 걱정에 자금을 빼야 할지 고민 중이다.

저축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돈을 맡긴 소비자의 걱정이 증폭되고 있다. 갖은 횡령과 개인정보 유출로 계좌 내 자금이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만 커지는 상황이다.

2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이달 초 '메일 발송 솔루션'에 오류가 발생해 이름, 생년월일, 이메일, 계좌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다른 고객에게 잘못 전달되는 보안사고가 발생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사태 발생 후 시스템 오류를 정상화하고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현재는 피해를 겪은 이용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보상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수시검사를 통해 불법대출을 취급한 정황도 포착됐다.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1000억원 규모의 ‘작업대출’을 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업대출은 사업자등록증, 소득증명서류, 재직증명서 등 대출신청자 정보가 기재된 서류의 위·변조를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는 불법대출을 일컫는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페퍼저축은행 본점 직원이 7년간 250여 차례에 걸쳐 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OK저축은행도 최근 내부직원이 고객 예금을 본인 및 지인 계좌로 이체해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OK저축은행 부평점에서 근무하는 과장급 직원이 2억원 규모의 자금을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로 전부 사용한 것.

모아저축은행에 근무했던 전 직원도 올해 초까지 기업용 대출금 59억원가량을 가로챈 사실이 적발돼 지난 23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7년간 KB저축은행에서 근무하며 약 94억원을 빼돌린 40대 차장급 직원도 최근 징역 13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저축은행업계에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소비자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2012년 부실사태 이후 건전성 및 부실 리스크관리에 집중해 차근히 쌓아 올린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저축은행은 부실사태 이후 소비자로부터 부정적인 이미지가 구축됐다. 최근 터진 금융사고들로 인해 상품 수요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라며 “예금보호한도 내로 자금을 예치할 수도 있지만 시중은행과의 금리차가 많이 줄어든 현 상황에서 소비자가 저축은행 상품을 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 차이는 지난 7월 말 기준 0.04%포인트로 집계됐다.

시중은행(3.33%), 저축은행(3.37%)과 금리차가 좁혀지며 저축은행 수신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이다. 이는 기준금리가 인상된 영향으로 지난해 말 0.68%포인트, 올 3월 0.57%포인트에 이어 지속 줄어들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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