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드라마에서 저축은행이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작은 아씨들>이라는 드라마로 가난하지만 우애 넘치는 세 자매가 비정한 재벌가와 엮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 냈다.

이 드라마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와 별개로 집중해서 본 특정 포인트가 있다. 대중매체에 저축은행이 어떻게 표현됐을까.

극 중 저축은행은 횡령의 매개체이자 마음만 먹으면 파산시킬 수 있는 부실한 이미지였다. 재벌가는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4000억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상환하지 않기 위해 해당 업체를 특정 수법으로 파산시킨다.

드라마가 대중의 인식을 반영한다는 걸 고려하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저축은행은 10여년 전 무분별한 불법대출을 시행한 여파로 대형 파산사태를 겪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따라다닌 부실 꼬리표가 과한지 혹은 정당한지의 판단도 중요하겠지만, 더 시급한 문제가 놓였다. 현재의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소비자 이미지다. 현 사태를 보면 그간 정말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들어 잇따라 발발하는 금융사고들에 업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수십억원대 횡령이 연달아 터진 것도 모자라 1000억원대 불법성 작업대출도 적발됐다. 내부직원이 고객 예금을 빼돌려 고가 외제차량을 사는 데 쓴 범죄도 드러났다.

이름, 생년월일 등 고객 개인정보가 다른 고객에게 유출되는 보안사고도 터졌다. 사실상 업체 파산 이외의 온갖 사고가 다 벌어진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사그라들긴 쉽지 않아 보인다. 가시적인 변화는 수신 부문에서 보인다. 예금보험 한도 이상으로 저축은행에 자금을 넣으면 안 된다는 우려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시중은행과의 수신금리 차이가 급격히 좁혀진 현재 소비자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더 지면서 저축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요인이 적다.

최근 예금보험 한도 인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수신 경쟁력이 떨어진 저축은행의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예금보험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면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예금보험공사의 연구 결과다.

이는 한도 인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로 삼을 수도 있지만, 소비자 신뢰가 바닥났다는 뼈아픈 방증으로 보인다. 보험 한도가 소비자 선택에 대한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 된다는 건 업계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업계가 예금보험 한도 상향에 기대는 것도 주객전도다. 근본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되찾고 부실 이미지를 탈피하는 쇄신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할 때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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