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발행금 전년比 55% 감소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급위축한 영향
“ABS 규제 완화해 시장 안정화 필요”

2021~2022년 카드사 장기 CP 발행금 추이(자료: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2021~2022년 카드사 장기 CP 발행금 추이(자료: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2023년 1월 16일 11:1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업계의 숨통을 틔워줬던 장기 기업어음(CP)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16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가 지난해 하반기 발행한 장기 CP는 2조24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200억원) 대비 54.5% 감소했다.

이 기간 우리카드는 장기 CP를 전혀 발행하지 않았다. 삼성카드는 전년동기 보다 발행량이 90% 감소했고, 하나카드(80% 감소), 신한카드(57% 감소) 등 전반적으로 발행량이 대폭 축소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급작스레 터진 ‘레고랜드 사태’ 여파에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지급 보증한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지난해 10월 부도 처리되면서 채권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을 대규모 혼란에 빠뜨린 걸 말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가 자금조달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또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며 회사채 투자수익이 더 높아질 거란 기대가 커진 것도 장기 CP 수요를 얼어붙게 했다”라고 말했다.

급변한 자금조달 시장환경은 업계 자금조달 구조를 반전시켰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들이 장기 CP 발행을 급격히 늘렸던 걸 고려하면 반년 만에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7개 카드사의 장기 CP 발행금은 5조84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000억원) 대비 2배 넘게 폭증했다.

당시 카드사들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급등하는 회사채 금리를 고려해 장기 CP를 대체재로 주목했다. 비교적 금리가 낮고 발행 절차가 간편하며, 만기 설정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됐다.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미매각 물량이 생기는 부담도 덜 수 있다. 회사채 발행과 달리 수요예측 절차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미매각 위험도 없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장점을 보유한 CP 시장마저도 빠르게 얼어붙자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대출채권 또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조달금리를 낮추고 발행 기간을 늘릴 수 있다”라며 “ABS 보유규제를 완화해 업계 자금시장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ABS 위험 보유규제는 자산보유자가 ABS 신용위험을 일부(5% 수준) 부담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보유자에게 리스크를 부담시켜 ABS 부실을 방지하고 품질을 담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규제로 보유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발행 유인이 줄어들었다.

한편 회사채 및 장기 CP 시장이 냉랭해짐에 따라 만기 1년 이내 CP 및 전자단기사채 발행에 의존한 카드사들의 유동성 지표가 악화하기도 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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