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장기CP 87% 급감
레고랜드 사태·금리인상 여파
단기물, 비중 94%까지 몰려

2023년 4월 5일 17: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사의 기업어음(CP) 조달방식이 급속도로 단기화되고 있다.
 
5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1분기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가 발행한 CP는 총 5조15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8950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CP 발행이 급감한 영향이다. 해당 기간 장기CP 발행은 1조6500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대폭(86.7%) 줄었다.

올 1분기 장기CP를 발행한 곳은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롯데카드는 올 1월 평균 만기 2.8년의 장기CP를 1200억원 발행한 데 이어 3월에 평균 만기 2.4년의 장기CP를 1000억원 추가 발행했다.

신한·삼성·현대카드는 지난해 1분기 장기CP를 각 4000억원씩 발행했지만 올해는 전혀 발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 각각 2500억원, 2000억원 발행한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도 올해는 단기CP만 발행했다.

지난해 급작스레 터진 ‘레고랜드 사태’의 잔흔이 여전히 자금조달 시장에 남아있는 까닭이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지급 보증한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지난해 10월 부도 처리되면서 채권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을 대규모 혼란에 빠뜨린 걸 말한다.

자금조달 시장환경이 급변하며 업계 자금조달 구조를 탈바꿈했다. 자금시장에 대한 우려가 만연해짐에 따라 리스크관리를 위해 만기가 짧은 조달방식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올 1분기 7개 카드사가 발행한 단기CP는 3조6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1분기에는 장기CP만으로 4000억원을 발행했지만, 올해는 단기CP만으로 4000억원을 조달했다. 

결과적으로 올 1분기 카드사가 발행한 CP에서 만기 1년 미만인 단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달한다. 전년 동기(67%)에 비해 27%포인트 급증했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지속 상승한 영향도 CP 단기화를 가속했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만기가 긴 조달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 급등에 따라 평가손실 확대를 우려하는 기관투자자 시각이 있었다”라며 “금리가 오를 땐 추가적인 평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조달을 단기화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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