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가능익 ‘마이너스’ 상태인데
증자 싫고, 발행액 보증도 난항
매각 불발 때마다 빚낸 결과물
“배 째라 식…해결책은 산은만”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전경.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전경.

2023년 3월 20일 16:31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KDB생명의 이자지급 능력이 바닥나 신종자본증권 차환도 못할 처지다.

대주주의 증자만이 살길이지만 정작 산업은행은 묵묵부답이다. 갖은 매각 시도가 불발될 때마다 직접 자본 수혈보다 빚으로만 해결하려던 게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5월 도래하는 2억달러 규모(한화 약 26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에 KDB생명의 배당(이자) 여력은 ‘마이너스’ 상태다.

올해 새 지급여력제도(킥스·K-ICS)가 도입되면서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 배당가능이익이 남아있어야 한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은 대차대조표상 순자산액으로부터 △자본금 △적립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 △적립해야 하는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공제한 금액을 이익배당의 한도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DB생명의 자본총계 6078억원에서 자본금(4743억원)과 신종자본증권(2129억원)을 차감하면 배당가능이익은 마이너스로 추산된다.

배당가능이익을 끌어올리려면 모회사인 산업은행의 증자만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산은은 ‘매각할 회사에 증자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알려진다. 매수자에게 바통을 넘기겠다는 것. 건전성에 신음하는 회사의 매각가치를 떨어뜨리더라도 더 돈을 넣을 생각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상황이라면 KDB생명은 차환발행에 실패할 공산이 크다. 킥스에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 배당가능이익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배당여력이 없는 회사의 증권은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 

금감원도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이 아닌 보완자본으로 인정한다. 자본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채권을 발행해봐야 KDB생명 입장에서도 건전성 개선에 득이 없다.

금감원은 신종자본증권과 그 이자에 대한 보증이라도 산은에서 서주길 원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콜옵션 미이행에 대한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 경우 산은의 계산이 복잡해진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인 채권이다. 채권시장에서는 30년 이상의 기간을 가진 채권은 사실상 영구적인 성격으로 본다. 산은이 기약 없는 채권에 빚보증을 스는 셈이 된다. 

이자비용도 마찬가지다. 오는 5월 콜옵션이 도래하는 KDB생명의 2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7.5%였다. 당시 기준금리는 1.5%였고, 현재는 3.5%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최근 ABL생명은 13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에 6.0~6.6% 밴드금리를 제시했지만 수요예측서 전액 미매각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산은의 지급보증이 있더라도 KDB생명이 최소 8% 이상의 발행금리를 제시하지 않는 한 시장에서 소화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소 8%씩 5년간 계산하더라도 이자만 1000억원이 넘는다. 산은이 보증에 대해 난색인 것도 영구채적인 성격에 이자비용까지 과대하기 때문”이라며 “배 째라는 식으로 나서봐야 해결책은 산은만 쥐고 있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당시 발행금리를 살펴보면 한화생명·손해보험 각각 4.7%, 5.6%, 현대해상 4.6%, 푸본현대생명 6.2% 등이다. 당시에도 KDB생명의 매우 높은 금리대 증권 발행에 대해 말이 많았다. 

여기에 오는 2029년까지 4.5% 내외의 고금리대로 갚아야할 후순위채만 총 6개에 달한다. 매각이 불발될 때마다 모회사의 직접 수혈보다는 빚으로 연명해왔다는 점이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은 입장을 회피했다. 산은 관계자는 “(증자나 보증에 대해서는) KDB생명에 물어볼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KDB생명은 지난해 11월 흥국생명발 콜옵션 미이행 사태 당시 올해 5월로 예정된 신종자본증권을 문제없이 차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대주주인 산은의 지원 없이 콜옵션 이행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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