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 살린 채 변화 흐름 주도해
자산관리 뿐 아니라 리츠 훈풍

2023년 3월 27일 11:3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피가 2400선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3000선을 넘어서며 전성기를 맞았던 국내 증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발 후퇴했다. 이런 시기에 승리하기 위해선 축구 감독의 날카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자본 시장에서 득점 기회를 노리는 증권사의 전략을 축구 전술에 빗대 본다.

 

1960년대 이탈리아 축구에선 빗장 수비라는 ‘카테나치오’가 탄생했다. 수비를 중시하며, 지능적으로 상대 공격을 막는 축구 전술이다. 수비를 굳히고, 좌우 양측 윙을 이용해 기습 공격을 한다. 최종 수비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강조해 상대방의 득점을 막는다.

카테나치오의 고장 이탈리아는 현대 축구의 변화상에 걸 맞는 수비 전술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20년 UEFA 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는 만치니 감독 체제에서 포백과 쓰리백을 유기적으로 사용, 빗장수비는 물론 공격력까지 폭발시키며 유럽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기업에도 공격과 수비가 있다면 공격은 쟁취해내야 하는 수익, 수비는 리스크를 막아야 하는 일이다. 국내 증권사에서도 리스크 관리로는 으뜸가는 곳이 있다. 바로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돌발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해서도 안정성 높은 우량 물건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의 수장은 장석훈 대표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유령주식 배당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구성훈 전 사장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때 장 대표는 ‘과감한 정면돌파’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먼저 장석훈 대표는 취임 직후 기존 삼성증권의 강점인 자산관리 분야에 주목했다. 강점을 살리고 변화 흐름을 이끌겠다는 의도다. 자산 1000억원 이상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패밀리오피스’를 앞세워 1년 만에 10조원이 넘는 자산을 끌어들였다.

삼성증권은 전통적으로 국내 증권사 중 WM부문 강점을 가진 증권사다. 삼성그룹 계열사로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장점을 살린 것.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개인, 법인 고객 예탁자산이 각각 100조원을 돌파해 ‘100·100 클럽’을 달성하는 등 초고액자산가 보유 비중이 타사 대비 우위에 있다. 

사모펀드 업황이 호조를 보였을 때 대다수 증권사가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펼쳐 환매중단 사태 등 리스크에 노출됐을 때에도 삼성증권은 보수적인 위험회피(헤지) 전략으로 손실을 낮춘 점도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일조했다.

장 대표는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기존 빗장 수비뿐 아니라 단숨에 숨통을 끊어버리는 날카로운 창이 필요하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공을 들이는 부문은 IB다.

특히 리츠 분야에서 삼성증권의 존재감은 더할 나위 없이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2022년에 국내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 총 8827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세부적으로 IPO로 5096억원, 유상증자로 3730억원이다.

삼성증권은 리츠 자금조달 분야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리츠는 총 21곳이다. 삼성증권은 국내에 상장한 리츠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7건의 리츠 IPO를 주관했다. IPO 이후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 업무도 전담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공격을 잘하는 팀은 경기에서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한다라는 스포츠계 격언이 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장석훈 체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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