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상품임원 소집해 의견전달
공격적 해약률로 보험료 덤핑하고
비현실적 만기 구조로 이익 늘려

금융감독원이 손해보험사의 문제 상품으로 ‘무(저)해지환급형’, ‘어른이’, ‘운전자’ 등 보험상품 3종을 꼽았다. 

최근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보험계약마진(CSM)의 계리적 가정을 손보는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이 상품으로 번진 모습이다.

13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목요일 금감원 보험감독국은 손해보험 상품임원을 소집해 위 3개 상품의 문제점에 대한 업계 방안을 도출하는 자리를 가졌다.


느슨한 해약률 쓴 ‘무해지’…공통 가이드 논의


주요하게 언급된 건 무해지환급형 보험(이하 무해지보험)이다. 앞서 지난달 말 금감원은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낙관적 가정을 사용해 CSM을 산출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계리적 가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무해지보험을 표준형 대비 낮은 해약률(해지율)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가입자가 해약을 많이 한다고 가정할수록 그만큼 가입자는 해약손실을 입는다. 반대로 보험사에겐 이득이 된다. 이 경우 보험사의 장래이익인 CSM이 과도하게 산출될 수 있다는 이유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이러한 낙관적 가정이 상품개발 단계에도 녹아있다고 본다. 

무해지보험이 태동한 건 5년 남짓이다. 이렇다보니 해지율에 대한 충분한 경험통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보험사가 매출증대를 위해 해약률을 느슨하게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무해지보험은 해약률을 높게 쓸수록 보험료가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다. 

(자료=삼성화재 IR)

일례로 삼성화재의 지난해 1분기 장기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114억원으로 이 가운데 무해지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3%(3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1분기 신계약보험료 128억원 중 무해지보험 비중은 35%(44억8000만원)까지 늘어나는 등 1년새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의 경우 사업비 할인을 통한 보험료 인하나 운전자보험의 법률비용 담보 내 경찰조사 단계 보장 등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손보사들의 과열경쟁에 동참하지 않았다”라며 “이에 경쟁사대비 무해지보험을 급격히 늘려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무해지보험의 해약률 산출에도 CSM 산출을 위한 계리적 가정처럼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보험요율 산출기관인 보험개발원에 집적된 보험사들의 해약률 통계를 취합, 산업평균을 해약률 상한선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어른이’ ‘운전자’, 세만기 사라질까


어린이보험의 가입나이를 30세, 35세까지 늘려 어른도 가입할 수 있게 만든 일명 ‘어른이보험’도 도마에 올랐다. 실상은 태아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인데도 성인에게 판매하는 행위가 상품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어른이보험은 20대, 30대의 비교적 건강체에 속한 성인에게 어린이와 같거나, 이와 준하는 위험률(보험료 산출을 위한 요율)을 사용할 개연이 있다는 게 상품전문가의 이야기다. 가입나이만 35세까지 늘려 경쟁적으로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다.

금감원은 또 어린이보험과 운전자보험의 보장기간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두 상품 모두 만기를 20년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어린이보험과 운전자보험은 일명 ‘세만기’ 상품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10년, 20년 등 일정기간이 아닌 80세, 100세 이상으로 보장만기를 길게 늘이는 방식이다.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보험상품의 만기가 길수록 보험사에 유리한 구조다. CSM 산출은 보험료 수입은 빠를수록, 보험금 지급은 늦을수록 유리하기 때문. 향후 보험금 지급에 대한 가정을 현재시점으로 당겨오는 과정에서 할인율이 커져 CSM이 과도하게 산출될 수 있다.

또 20년, 30년 이상 먼 미래의 보험금 수령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가입자에게 불이익이 된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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