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증가세 꺾이며
수익방어 실패…속속 적자전환
‘작업대출’ 철퇴를 맞은 일부 저축은행의 실적이 고꾸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대출은 사업자등록증, 소득증명서류, 재직증명서 등 대출 신청자 정보가 기재된 서류의 위·변조를 통해 불법으로 대출을 시행하는 영업방식을 일컫는다. 특히 개인 부동산 담보대출 희망자 등을 자영업자로 위장해 대출을 부당하게 시행했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1분기 5개 저축은행(SBI·OK·OSB·애큐온·페퍼)이 총 129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1573억원 감소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적자 전환했다.
특히 작업대출 규모가 크고 고의성이 짙다고 알려진 SBI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 실적이 극 악화했다. 순익 감소에서 두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만 76%(12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금감원은 위 5개 저축은행에서 근 3년간 총 1조2000억원 규모로 진행한 작업대출을 적발했다.
불법대출이 적발되기 전까지 이들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대출금은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위 5곳의 지난해 3월 자영업자 대출금은 10조342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조4178억원 급증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집중검사 이후 잔액 증가 폭이 현저히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모집인에 대한 관리 및 사후 점검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하반기에만 대출모집인이 630여명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실제 5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금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2분기는 직전분기 대비 1조1517억원 늘었지만, 3분기에는 511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어 4분기에는 되려 6100만원 감소<표 참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량제 등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불법대출로 수익을 보전했지만, 이러한 ‘꼼수’가 원천 봉쇄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자영업자 대출 부문을 더 이상 이전처럼 급격히 늘릴 수 없다는 점도 대규모 손실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다만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하는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줄어든 걸 고려하면 올해 1분기 역시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직전 분기 대비 줄었을 것으로 점쳐진다.
위 5곳의 올 1분기 중기대출금은 20조9900억원으로 직전 분기(21조4000억원) 대비 4200억원가량 감소했다.
아울러 최근 이들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가 확정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고착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 임원 상당수에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처분했으며 기관 제재 및 대표이사 경징계도 함께 내렸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