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규모 지원책에 해오던 서비스 재탕
조였던 대출 푸는 수준…“부풀리기” 지적도

(현대카드 본사 전경)
(현대카드 본사 전경)

2023년 7월 12일 17:02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상생금융 행보에 부담이 컸던 걸까. 카드사의 무리한 화답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현대카드가 4000억원 상당의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는데, 기존 프로그램을 재활용하는 등 지원규모를 부풀리는 데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내달부터 금융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마련한 상생금융 지원방안이 시행된다. 현대커머셜에서 제공하는 지원까지 합치면 총 6000억원 규모다.

현대카드 지원책을 살펴보면 △소상공인 대상 신규 대출금리 20% 감면 △상용차 구매시 1% 캐시백 △연 7.5% 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 운영 △소상공인 마케팅 지원 등이 포함됐다.

앞서 공개한 우리카드 상생금융 지원 규모인 2200억원의 두 배가량이다. 다만 지원 규모를 늘리기 위해 하던 사업을 끼워 넣는 등 보여주기식 상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미 현대카드는 자동차 프로모션을 통해 1% 캐시백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차 구매시 최대 0.8% 캐시백을 제공하거나 1.5~2% 포인트 적립도 해준다. 현대카드 ‘세이브-오토’ 시스템을 이용하면 최대 50만원까지 미리 포인트를 받아 결제할 수 있다.

소상공인 대상 마케팅 지원 역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다. 현대카드는 자영업자 대상으로 ‘사업지원서비스 2.0’을 통해 매출 및 배달상권을 분석해주고 방문 고객 분석 리포트도 제공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상용차 구매 캐시백의 경우 이전부터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방안”이라며 “지원 규모를 부풀리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7월 동안 진행하는 자동차 구매 프로그램 내용. 캐시백형을 선택하면 최대 0.8% 돌려받을 수 있고 '세이브-오토'를 통해 최대 50만원까지 포인트를 미리 받아 결제할 수 있다. 현대카드가 7일 공개한 상생금융 지원방안에는 1% 캐시백 혜택이 담겨있다.(사진=현대카드 홈페이지 갈무리)

신규 대출 확대 역시 그간 급격히 죈 대출을 정상화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1분기 현대카드 비카드 부문 대출금은 총 291억원으로 카드사 가운데 가장 적다.

신한카드(2조7900억원), 롯데카드(2조7700억원)와 비교하면 1%에 불과한 수치다. 대여금에는 장·단기 대출금,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 등이 포함된다.

‘급전 대출’로 불리는 현금서비스 문턱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현대카드 현금서비스 평균 조정금리는 0.05%로 업계 내 가장 낮다. 앞서 상생금융을 선도한 우리카드의 경우 1.56%로 집계됐다.

조정금리는 우대금리와 특판금리할인 등을 포함하는 고객 맞춤형 할인 금리다. 조정금리가 낮을수록 고객들의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데 인색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카드 현금서비스 잔액은 1년새 25% 줄었다. 리스크관리를 우선하는 전략으로 연체율을 낮춘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생이라는 발표 타이밍에 패키징을 잘한 것”이라며 “소극적이었던 대출을 확대하는 등이 일회성 측면이라는 걸 고려하면 6000억원이라는 숫자는 보여주기식”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상생금융 행보에는 금감원의 영향이 컸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우리카드 상생금융 발표행사에 참여해 간접적으로 타사 상생지원을 장려했다.

당시 이 원장은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금융사에 상생지원 참여를 지도할 순 없지만 금융사에서 먼저 제안할 경우 지지할 방침이라 밝혔다.

이 원장 행보에 상생이 카드업계 화두로 떠오른 만큼 지원 규모나 시기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카드가 우리카드 행사 후 일주일 만에 지원책을 발표한 점, 회사 크기에 맞춰 지원규모를 우리카드 두 배로 상정한 점 등이 카드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는 다음 타자로 거론되는 신한카드를 주목한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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