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기업에 개방되는 익명DB
중재안까지 받아들인 보험사는 ‘답보’

2023년 8월 21일 15:2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사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공공의료데이터 사용이 여전히 막혀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를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보고 국정감사 이슈로 선정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건보공단의 주최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데이터 제공’ 사업설명회가 개최됐다.

설명회에서 건보공단은 제약, 의료기기, 헬스케어 등 바이오‧헬스 기업에 익명 형태로 개방‧맞춤형 DB(Data Base)를 구축하고 이를 제공하겠다고 소개했다. 해당 기업들은 이달 28일부터 신청을 통해 익명DB를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산업계엔 데이터를 활용할 길이 열렸으나 보험사에겐 공공의료데이터가 2년째 허용되지 않고 있다. 보험사들은 데이터 활용 시 새로운 위험률 산출과 다양한 상품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계 종사자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올 상반기엔 지난해 마련된 ‘자료제공 중재안’을 바탕으로 건보공단서 이해당사자 간 공개토론이 있었으나 이견만 오갔을 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 관계자 등은 민간보험사가 영리목적으로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공익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제공된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이나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건보공단이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연구는 안될 것 △연구 수행 도중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오용하지 않도록 공단 및 학계가 공동연구 형태로 참여할 것 △연구 결과를 부적절하게 활용하지 않도록 공단의 동의를 거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재안까지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습이다. 보험사는 중재안을 모두 수용했다.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을 기다려온 보험사들은 답답한 실정이다. 앞서 지난 2021년에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KB손보 등 보험사 5곳이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을 신청했으나 건보공단은 미승인을 내렸다.

이후 한화생명이 지난해 1월 연구계획서를 보완하고 건보공단에 재승인을 신청했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로 심의는 아직까지도 ‘무기한 보류’ 상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논의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며 “보험사들은 건보공단의 결정을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보험사에 공공의료데이터가 개방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국회 경제산업조사실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노력하고 있으나 건보공단 등의 반대로 진행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민간보험사 데이터개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공의료데이터 활용방안을 제시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데이터 개방을 꼽았다. 올해엔 개인정보위원회도 ‘가명정보 활용 확대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의 데이터 개방 기조에 맞춰 보험사에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금융신문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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