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규준 맞춰 이용료율 상향 검토
당국 압박에 키움 80bp 선제 인상
인상률 두고 증권사 눈치싸움 예고

증권사에 수천억원을 벌어다 준 예탁금 장사도 끝물이다. 이용료율 상향 수준을 두고 키움증권발 눈치싸움이 예고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가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에 맞춰 이용료율 산정 작업에 착수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상향을 검토 중"이라며 "이용료 산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식까지 나와있지 않아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치고나간 건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가장 큰 키움증권이다. 지난 8일 모범규준 시행을 앞두고 50만원 이상의 예탁금에 대한 이용료율을 기존 0.25%에서 1.05%로 0.8%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난 3월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 및 주요 증권사들이 모여 만든 태스크포스(TF)서 이율 산정 체계 합리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번 예탁금이용료율 인상도 그 하나"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증권사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며 예탁금 이용료율을 높여왔지만 키움증권 수준은 아니었다. 

예탁금이용료율 관행 개선을 위한 TF가 발족한 뒤 유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부국증권, 메리츠증권 등 증권사가 잇따라 이용료율을 0.2~0.3%포인트 수준을 상향한 게 전부다.

모범규준 시행 후 더 많은 증권사들이 이용료율 상향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예탁금 규모가 가장 큰 키움증권이 큰 폭으로 올리면서 상향 수준을 두고 눈치싸움도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말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약 64조원인 점을 감안, 향후 예탁금 이용료율이 0.50%포인트 인상될 경우 약 3200억원의 이용료가 추가 지급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을 중심으로 증권사가 투자자예탁금으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앞서 발표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개 증권사가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벌어들인 고객예탁금 수입은 2조4670억원인 반면, 고객에게 지급한 이용료는 5965억원에 불과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가 직접 운용하는 게 아니라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한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는 동안 대다수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율을 0%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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