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복대출·연체 징후 무시 못 해”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 이용 시 안내되는 대출 신청 유의사항. 조회 이력과 관련해 '신용점수'에만 영향이 없다거나 대출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돼있다.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 이용 시 안내되는 대출 신청 유의사항. 조회 이력과 관련해 '신용점수'에만 영향이 없다거나 대출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돼있다.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가 본격 가동된 가운데 ‘과다조회’ 이슈가 논란이다.

은행은 과도한 대출 조회 이력을 연체 징후로 보고 대출 거절 사유로 삼는데 반해, 금융당국은 이와 무관하다 공표해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로 금융사 간 대출금 머니무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달 9일부터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를 통해 갈아탈 수 있는 대출 범위가 아파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로까지 확대된 만큼, 비대면 대출비교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 2023년 5월 31일자 보도, 10조원 ‘금리 경쟁’ 서막…대환대출 서비스 개시)

(관련기사: 2023년 12월 27일자 보도, 대환대출 플랫폼 7개월…10만명 490억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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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를 여러 번 이용했다간 ‘과다조회’로 금융사로부터 대출 실행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일부 소비자들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은 대출 승인 심사 시 고객의 신용정보 조회 기록을 활용한다. 단기간에 너무 많이 신용정보를 조회했거나, 대부업체를 조회한 기록이 많으면 연체 가능성이 있는 고객군으로 분류돼 집행 거절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과다조회 기준은 은행마다 다른데 A 은행의 경우 내규상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조회한 고객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또 B 은행은 직원 재량에 따라 조회 이력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정밀 심사를 진행한다.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비대면 ‘금리 쇼핑’을 즐겼다간 신용정보에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대출을 거절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특히 신용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제2금융권 상품까지 포함된 수십 건의 대출 조회 이력이 쌓이면 정작 필요할 때 대출 실행이 안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당국은 나홀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배포한 대환대출 인프라 관련 질의응답 문건을 통해 ‘부정한 목적이 아닌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라면, 2번 이상의 대환 신청과 심사 결과가 부결인 경우가 있더라도 신용평가사 신용점수와 금융사 자체 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고지했다.

은행의 생각은 다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가 도입됐다고 해서 대출 심사 체계에 달라진 건 없다”며 “대출 과다조회는 고객의 중복대출 징후로 볼 수 있고, 통계적으로 연체 가능성도 큰 편이라 여전히 주요 신용평가 항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다조회를 사유로 대출 거절이 뜨면 승인이 미뤄지는 것일 뿐 앞으로 아예 불가하다는 뜻은 아니니 일주일쯤 뒤 다시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주담대의 경우 과다조회 이력이 신용평가에 포함되지 않으니 걱정 없이 여러 번 조회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과 은행 간 이견에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 제공 업체만 난감한 상황이다.

한 핀테크사 관계자는 “현재 대출비교 서비스를 통해 대출 가능 한도와 금리를 조회하는 경우 대출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유의사항에 안내하고 있다”면서 “당국의 입장(대환대출 인프라 질의응답 내용)은 서비스 제공 업체들과 공유되지 않은 내용으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제시한 과다조회 판단 기준 역시 ‘통상적인 범위 내’로 너무 모호하다”며 “전산에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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