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배당금 지급 유의’ 거듭 당부
“PF발 리스크 큰데…” 충당금 적립 압박

금융감독원 전경(사진=금감원).
금융감독원 전경(사진=금감원).

2024년 01월 26일 14:4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역대급 실적을 낸 보험업계에 배당 및 성과급을 자제하라 재차 권고했다. 올해만 세 번째 경고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 보험감독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충당금 관련 유의사항을 전체 보험회사와 생명·손해보험협회에 전달했다.

지난해 말 결산이 끝나는 대로 보험회사 충당금 적립실태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보험회사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내리겠다는 내용이다.

타 업권 대비 PF발 리스크가 낮은 보험사가 돈을 푸는 걸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금감원 임원 회의,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 간담회에 이은 세 번째 경고다.

금감원은 지난 16일 보험사 CFO와의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과도한 성과급이나 배당을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보험사는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국내 53개 보험사의 누적 당기 순이익은 11조4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 증가한 수준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투자설명회(IR) 등을 통해 배당 성향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적절히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지난 23일 열린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는 이복현 원장이 각 업권에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이 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PF 대출 위험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배당 경고 메시지를 주는 건 돈을 풀지 말고 쌓아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권을 덮친 태영건설 PF에 물린 보험업권 대출잔액은 2000억원 이상이다.

가장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한화생명으로 845억원이다. 이어 NH농협손해보험 333억원, 흥국생명 268억원, IBK연금보험 268억원, 한화손해보험 250억원, 푸본현대생명 250억원, NH농협생명 148억원 순이다.

보험사의 경우 당장 PF 부실 위험이 큰 상황은 아니다. 타 업권(은행 6500억원, 증권 5400억원)에 비해 대출 규모도 적을뿐더러 대부분 선순위 채권자로 들어가 있어 자금회수 부담이 적다.

반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저축은행은 중·후순위 채권자라 공사중단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2일부터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재무개선 작업)을 개시, 부실 PF 사업장 60곳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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