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대규모 원금손실 여파로
마진 적은 상품만 겨우 판매

은행권의 올해 자산관리(WM) 부문 수익 부진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대규모 원금손실이 터진 펀드판매 후유증으로 ‘고위험·고난도 상품 불완전판매’ 낙인이 찍혀 당분간 마진이 적은 원금보장 상품판매로만 풀칠해야 하기 때문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은 원금보장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한 WM 영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여파로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게 된 데 이어 은행의 불완전판매 개연성 문제가 불거져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취급하는 것 자체에 당국과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 2023년12월14일자 보도, 손실 위기 홍콩 ELS, 고령층에만 2조 팔렸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원금보장 파생상품으론 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수시입출금식 특정금전신탁(MMT) 등이 있다.

ELB와 DLB는 회사채, 국공채 등 안전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중도해지를 하거나 발행사가 부도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된다,

은행 예금보다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퇴직연금 상품으로 많이 활용되나 일반적인 증권 투자 재테크 수단으로선 메리트가 적어 수요가 많지 않다.

ELD와 MMT 판매 시장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ELD는 원금을 정기예금으로 굴려 나온 이자를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원금손실 위험이 없지만, 기준금리 인하기엔 이자가 줄어드는 데다 이 중 일부를 은행에 수수료로 내기까지 해야 해 수익률이 미미해져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이론상 원금을 보장하진 않으나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타 상품에 비해선 안정성이 매우 높고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MMT는 유입자금 대부분이 기업의 결제대금 운용에 국한돼있고, 이마저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시기엔 영업이 쉽지 않다.

(관련기사 : 2022년 1월 27일자 보도, 파는 이도, 사는 이도 없는 은행 ELD 시장)

(관련기사 : 2023년 9월 20일자 보도, 신탁 찾는 기업들…은행, 입맛만 쩝)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WM 부문 수익을 내는데 비중이 큰 ELS 상품판매를 멈추게 되면서 사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 업권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원금보장 상품만 운용하는 것으론 성장에 한계가 자명하다”며 “지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설명의무 등이 대폭 강화됐는데 불완전판매 개연성을 이유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판매 자체를 차단하는 건 불합리한 방향”이라고 짚었다.

한편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거둔 수수료수익은 전년(4조4141억원) 보다 4.71% 늘어난 4조6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수수료수익은 신탁, 펀드판매, 방카슈랑스 등 WM 부문과 신용카드 업무대행 부문, 외화수수료 등 기타부문으로 구성돼있으며 이 중 WM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별로 30~40%대에 이른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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