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발표 직후부터 현재
개인과 기관 동반 국장 이탈
정부 ‘저PBR' 부양에 악영향

지난달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났지만 국내 시장의 반응은 잠잠하다. 

오히려 지붕 뚫은 미국과 일본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국내 증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개인과 기관투자자는 각각 620억원, 1조277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반면 지난 7일 각각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일본 니케이225와 미국 S&P500에 힘입어 같은 기간 기준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에서 국내 투자자는 각각 5015억원, 1084억원 순매수했다.   

미국과 일본 주요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과 달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도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해외주식으로 발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주목된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코스피, 코스닥)에 각각 63조8000억원 76조3000억원 순매수하며 국내 주식 반등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일명 동학개미다.  

하지만 지난 2022년 25조3000억원 순매수로 규모가 줄어들더니, 지난해는 코스피에서 13조6000억원을 순매도한 영향으로 전체 5조8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대체 투자처의 등장으로 개인투자자의 투심이 분산된 영향이다.

최근 개당 1억원을 넘긴 비트코인에 힘입은 가상화폐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개인투자자의 투자자금을 꾸준히 흡수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채권시장을 찾는 수요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개인의 채권시장 순매수 규모는 약 37조6000억원으로 3년 전보다 약 9배 증가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매수 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순 이후 박스권을 이어온 국내 중시가 저점에서 반등하자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 차익실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은 수출기업이 다수라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고 지정학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 기업의 이익과 주가는 장기 우상향하지만 국내의 경우 사이클에 따른 등락이 일반적이라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투자자의 관심은 장기 성장성이 보장되는 해외주식과 미국 추종 ETF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최근 저 PBR주 중심으로 국내 증시 부양을 추구하는 정부의 목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 거래 여건이 개선되고 채권과 가상화폐 시장 등 투자수단이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현상은 하나의 흐름”이라며 “오는 5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2차 세미나가 계획돼 있지만 발걸음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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