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 막론하고 경기 지배
IMA 신청 검토 중

2024년 3월 26일 14: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각 증권사 선발투수(CEO)는 '고금리'라는 괴물타자를 상대해야 했다. 고금리는 '외국인 증시 이탈'이란 단타와 'PF'라는 장타를 휘두르곤 했다.

구단은 마운드에 올라설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어떤 구원투수가 고금리의 맹타를 막아 낼지 살펴본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능력을 증명해 왔다.

업계에서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선구자였다. 증권사 중 처음으로 PF 전담 부서를 만들었고, PF에 기초한 자산유동화증권(ABS)·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최초 도입해 관련 시장을 선점했다.

기업금융(IB) 그룹장 시절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두산밥캣 등의 기업공개(IPO) 절차를 성황리에 끝냈다. 이후 경영기획 총괄로 일하며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에 성공했다.

감독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그를 구원투수로 올린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부문을 막론하고 경기를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부응하듯 김 대표는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월 취임사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넘버원 증권사'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도전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한 와인드업은 국내 최초 종합투자계좌(IMA) 도전장이다. 여태껏 신청한 증권사가 한 곳도 없었던 사업 자격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에 IMA 사업 자격 취득 신청서를 제출할지 검토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단순 검토하는 단계라면서도 "자기자본 요건을 갖춘 만큼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IMA란 고객예탁금을 기업금융에 운용한 뒤 해당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계좌를 뜻한다. 자기자본 2배까지만 발행 가능한 단기금융업무(만기 1년 이내 어음 발행)와 달리, 발행 한도 제한이 없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무리가 없다.

지난 2017년 금융당국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 IMA를 허용하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IMA 추진을 본격화하는 증권사는 전무했다. 당국이 IMA 허용을 공표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시행세칙을 내놓지 않은 까닭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IMA를 추진할 의향이 있으나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는 사유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지난날 PF 비즈니스를 개척했듯 김 대표는 먼저 회심의 직구를 던질 태세다. 이런 각오는 취임사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는 "고객은 이제 어딜 가도 찾을 수 있고 누구나 아는 상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면 단언컨대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객에게 보다 많은 수익을 안겨 드리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타사와는 완전히 차별되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IB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의 우려를 잠재울 몸 관리가 필수다. 이달 초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8조원 돌파에 대해, 실질적인 현금 유입이 아닌 '계열사 간 자본거래'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이 본부장은 "(IMA 사업자 자격 획득은) 규모의 경제 진전과 수익원·자금조달 구조 다각화 등에서 좋은 일"이면서도 "또 다른 관점에서는 위험 투자·차입금 증가를 의미한다. 실질적 자본 확충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 투자·차입금이 대폭 증가하면 종합적인 재무 안정성은 오히려 저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몸을 다치면 그 실적은 무위에 그칠 것이다. 김 대표는 외형적 성장과 튼튼한 체력을 함께 거머쥘 수 있을까. 이것이 와인드업에 들어간 김 대표 투구에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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