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펀드 전락까지 몰랐던 현대인베스트먼트
제안서와 다르게 운용…관리·감독 해태 지적도
현대인베스트먼트 측 “내부통제 정상적 수행”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가 부실화 된 사모펀드의 만기 상환을 위해 외부 자금 100억원을 유치한 뒤 손실을 떠넘기다 사기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사모펀드에 대한 내부통제 부실이 수면 위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펀드가 최초 계획대로 운용되지 않아 사실상 ‘깡통’ 펀드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 관리책임자들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 부실펀드 운용역, 사기혐의로 징역형 선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펀드매니저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6년 3월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현대인베스트먼트 유류유통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를 설정했다.

해당 펀드는 유류유통 전문회사인 에너지세븐이 발행한 13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인수해 투자했다. 에너지세븐은 이 펀드 자금으로 도·소매업자에 유류를 공급하고 장래 발생하는 도·소매업자의 신용카드매출채권만을 수익으로 자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따라서 펀드 자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되기 위해서는 에너지세븐이 유류를 공급한 도·소매업자로부터 대금을 신용카드매출채권으로 지급받아야 했다. 지급이 확실한 신용카드매출채권이 아닌 일반매출채권을 담보로 유류를 공급할 경우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다.

그러나 에너지세븐은 펀드의 책임 운용역인 A씨에게 신용카드매출채권을 담보로 하지 않고 일반매출채권의 형태로도 유류 도·소매업자에게 유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A씨는 승인했다. 이로 인해 유류 대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고 해당 펀드는 부실화됐다.

부실화된 펀드의 상환 만기가 다가오자 다급해진 A씨는 친분이 있는 대학선배 B씨에게 브릿지론 형태의 자금대여를 부탁했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펀드 만기 이후에 벤처캐피탈(VC) 투자가 예정돼 있어 100억원을 에너지세븐에 빌려주면 투자금 유입 후 이자를 포함해 원금을 상환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출 요청 당시 VC측의 투자는 에너지세븐의 수익성이 악화돼 무산된 상태였으며, A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B씨에게 투자를 요청했다.

법원은 A씨가 피해자에게 해당 펀드가 최초 구조와 다르게 신용카드매출채권만을 담보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 점, 에너지세븐이 대출금을 변제하기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계약 체결을 추진한 점에서 사기죄의 실행행위를 했다고 봤다.

다만 100억원을 편취하고자하는 확정적 고의보다는 변제하지 못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용인한 미필적 고의를 가진 점, 개인적 취득 이익이 없는 점을 참작해 징역 7년형으로 판결했다

■ 팀원까지 부실 인지…회사 내부통제 불능

문제는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펀드가 부실화 돼 외부 자금이 없으면 청산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당초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에너지세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펀드 설정 이전에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었다.

그 결과 펀드 운용역은 매주 5개 도·소매업자를 선정해 △대출한도와 대출 잔액 확인 △매출 지속성 여부 △일 마감 자료와 자금집행요청서와의 일치성 등을 점검하는 ‘오일점검프로세스’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A씨는 펀드 설정 후 2개월만 표본을 추출해 정해진 한도 내에서 대출이 실행되는지 관리했고, 이조차 문서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부실 대출이 늘어나도 도·소매업자가 소유한 부동산의 근저당권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에너지세븐 측 설명만 듣고 부실화과정을 지켜봤다.

B씨는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조직적 범행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펀드 부실화 과정에서 운용역 A씨뿐만 아니라 운용팀 직원까지 에너지세븐으로부터 일일업무보고를 받았단 점에서다. 일일보고서를 받으며 신탁계좌가 감소하는 상황을 확인했음에도 팀 전체가 이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만기 무렵인 지난 2018년 3월 30일 해당 펀드의 잔고는 3억7000만원, 신용카드매출채권의 잔액은 6억5000만원으로 투자금 130억원 가운데 상환할 수 있는 자금은 10억원 가량에 불과했다.

또 A씨가 투자제안서와 다르게 펀드를 운용한 것은 운용 전략 변경이며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내규 상 본부장 전결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A씨와 운용 본부장, 컴플라이언스팀장, 준법감시인 모두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했다는 것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관계자는 “회사는 정상적으로 내부통제를 수행했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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