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 플랫폼 가동 앞두고 차주 ‘록인’
큰 비용 소모 없이 상생 이미지 제고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 등 6개 은행은 12월 한 달간 전체 가계대출에 대해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했다.

금융당국과 정부의 요구에 마련한 민생금융지원책 중 하나로, 가계대출 조기상환을 유도해 급속히 불어난 가계 빚 규모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시행한 거다.

시행 초기 은행권에선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자금 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비용,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냐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에서 1.2~1.4%, 신용대출에서 0.6~0.8% 수준의 중도상환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으며 연간 수취 금액은 3000억원 정도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해당 지원책의 파급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요건은 올 12월 동안 가계대출에 대해 차주가 ‘본인 자금’으로 해당 금액을 상환하거나 ‘동일 은행의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경우였다.

일단 당장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준다고 해서 대출을 일시 상환할 여력이 있는 사람이 많을 리가 만무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채 보유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가구가 67.6%의 비중을 차지한 바 있다.

차주가 자사 다른 대출로 전환하고자 하는 상황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 됐다.

지난 5월 비대면으로 수십 개 금융사 대출을 한 번에 비교하고, 더 싼 이자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본격 가동됐다. 현재는 신용대출만 가능한데, 내년 초부터 주택담보대출로까지 이용 범위가 확장된다.

(관련기사: 2022년 5월 26일자 보도, 당국이 쏘아 올린 ‘대출 무한경쟁’ 서막)
(관련기사: 2023년 12월 27일자 보도, 대환대출 플랫폼 7개월…10만명 490억 아꼈다)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받기 위해 제 발로 고객이 기존 대출을 자사 다른 상품으로 옮기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 중도상환 페널티 기간(실행일로부터 3년간) 역시 리셋된다.

대환대출 플랫폼으로부터 타 금융사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중도상환수수료 지원책이 ‘록인(lock-in)’의 묘수가 된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적용 건수를 밝힐 순 없으나, 예상보다 훨씬 적었고 이마저도 대환대출 플랫폼에 의한 고객 이탈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적어도 손해를 본 장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책 시행 초기엔 정부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는 분위기였으나, 결과적으론 큰 비용 소모 없이 상생 금융을 통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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