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 변호사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 변호사

#김씨는 뇌종양 절제수술 및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을 받았고 현재 종양이 잔존한 상태다. 주치의는 김씨의 종양에 대해 조직검사 결과는 양성이지만 종양위치의 위험성과 신경마비증상, 완전제거불가, 방사선치료가 필요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상적으로 악성종양에 해당한다고 판단, '상세불명의 뇌의 악성신생물(C719)'로 최종 진단을 내렸다. 이에 김씨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조직학적으로 양성종양이라 보험금의 지급대상이 아니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통상 진단은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치료한 주치의가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약관 조항은 '암 진단 확정'을 위해 반드시 병리학적 검사에서 암으로 진단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일반인의 보편적인 상식과 달라 암보험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은 그 내용을 예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약관 조항은 명시·설명의무 대상에 해당한다. 이에 피고는 “보험계약 체결시 이 사건 보험약관 조항을 명시·설명하지 않았다”라며 맞섰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는 ‘암 및 고액암의 진단 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 또는 회사가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것으로 인정하는 자에 의하여 내려져야 하며, 이 진단은 조직(fixed tissue)검사, 미세침흡인검사(fine needle aspiration biopsy) 또는 혈액검사(hemic system)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상기의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에는 암 및 고액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암 및 고액암의 증거로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김씨가 보험을 체결할 때 보험사는 암 및 고액암의 진단 확정이 병리학적 악성 종양만을 암 및 고액암으로 인정된다는 보험약관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 사건 보험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년 9월 8일 선고 2022나60099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만약 어떤 보험계약의 당사자 사이에서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그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비록 보험사고의 내용이나 범위를 정한 보험약관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임상의사가 환자의 질병, 특히 암과 같은 중대한 병을 진단할 때에는 임상결과만으로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임상과 더불어 병리검사, 영상의학검사, 혈액검사 등을 토대로 최종 진단을 내리게 되는바, 통상 임상의사의 진단과정에서도 병리검사가 수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로 하여금 병리검사를 받도록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지도 않으며, 오히려 병의 치료를 위하여 병리검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위 보험계약 체결 당시 대부분의 보험약관에는 위 보험 약관과 같은 취지의 규정이 존재하였다. 위 보험계약 체결시 이 사건 보험약관 조항에 대한 명시·설명 의무를 이행하였더라도, 위 보험계약을 그대로 체결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고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그 범위를 정한 보험약관은 원칙적으로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으로 본다. 

이 사건 보험약관 조항은 암 내지 고액암의 진단주체와 그 방법을 병리과 전문의에 의한 조직검사 등으로 정하고 있을 뿐 암의 범위를 제한해 보험금지급의무를 면책시키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보험약관에는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위 판결례는 해당 약관 내용을 설명했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은 체결됐을 것이므로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이에 따르면 해당 보험약관의 내용은 보험계약의 내용이 된다.

반대견해도 있다. 

진단은 주치의가 하고 그에 따라 암치료를 받고 있다면 자신은 암환자라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일반인의 통상적인 상식이다. 이와 다른 암보험의 내용이라면 암 진단 주체와 암 진단방법은 반드시 설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약관이 암의 범위를 제한해 보험금지급의무를 면책시키는 규정이 아니라 해도, 암의 진단주체와 암 진단방법에 따라 암의 범위는 제한되는 것이므로 보험금지급의무를 면책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도 또 다른 근거다.

대부분의 보험약관에는 위 보험 약관과 같은 취지의 규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험사 사이에서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설명 없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위 판결례가 주류적 경향을 띨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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