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 변호사.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 변호사.

#김씨는 오후 10시경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다 기계식 주차타워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을 빼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술이 취한 그는 차량 뒷자리에서 잠이 들었고, 이를 몰랐던 주차장 관리자는 주차타워 4층으로 차를 옮겼다. 다음날 김씨는 차량에서 나오다 1층 바닥으로 추락, 수술 후 사지부전마비 등의 후유장해가 남게 됐다. 김씨는 보험사에 자동차상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로 볼 수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해당 자동차상해 특별약관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 그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로 사망하거나 후유장애를 입은 때 1억원을 한도로 보험사가 그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쟁점은 차량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다가 본인의 과실로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경우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년 10월 27일 선고 2022가단5140388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소유, 사용, 관리하던 중 그 자동차에 기인하여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를 의미하고, 이때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그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각종의 장치를 각각의 장치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자동차가 반드시 주행상태에 있지 않더라도 주행의 전후단계인 주·정차 상태에서 문을 여닫는 등 각종 부수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포함한다.”

“자동차를 주·정차한 상태에서 하차할 때 주·정차하는 곳에 내재된 위험요인이 하차에 따른 사고 발생의 한 원인으로 경합되어 사람이 부상한 경우에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중에 그로 인하여 생긴 사고로서 자동차보험계약이 정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김씨가 (…) 차량이 놓인 파렛트와 주차장 벽면 사이의 공간으로 추락하면서 발생하였고, 비록 그 과정에 김씨가 위 차량에서 나온 직후 위 차량이 놓인 파렛트 밖으로 발을 잘못 디딘 과실이 경합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김씨가 주행의 전후단계인 주차 상태에서 하차할 때 주차장소인 기계식 주차장에 내재된 위험요인이 사고발생에 기여하게 된 경우로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는 자동차 운행을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를 의미한다. 김씨가 발을 잘못 디딘 것을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본다면 자동차의 운행과 위 사고는 인과관계가 없다.

또 김씨가 차량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기계식 주차장치 4층으로 이동시킨 주차장 관리자의 잘못이 원인이라면 위 사고의 인과관계는 주자창 관리상의 잘못이다.

문제는 자동차를 그 용법대로 사용한 점이 사고에 어느 정도 기여해야만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것인가이다.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는 운행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완전히 단절됐다고 평가되지 않는 한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넓게 인정한다.

차량 문을 열지 않았다면 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가정적 인과관계 또는 조건적 인과관계다.

이는 사고와의 인과관계의 거리가 제일 멀다. 김씨가 발을 잘못 디딘 것은 직접적 인과관계로서 사고와의 원인관계가 제일 가깝다. 김씨가 위 차량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주차장 관리자의 과실과 사고와의 원인관계의 거리가 그 다음이다.

하지만 이처럼 자동차의 운행과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넓게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피해자에 대한 자동차손해배상을 최대한 보장한다. 자동차손해배상의 최대한 보장은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는 한 넓게 인정되어야 함을 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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