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취급상품 안정해졌지만
쟁점은 결국 ‘자동차보험’ 재편
삼성vs네이버 구도 재점화되나

2위권 손해보험사들이 일제히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을 잡았다. 지난 2020년 불거진 삼성화재와 네이버의 알력다툼이 재 점화하는 모양새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과 네이버파이낸셜은 해외여행자보험의 비교·추천서비스 제공을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까지 기존 규제가 한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시범 운영을 통해 보험상품 비교·추천이 가능한 금융상품 중개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이 첫 상품으로 여행자보험을 낙점한 것. 향후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기 위해선 플랫폼과 보험사간 전산을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2위권 손보사는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 거대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한 시장선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먼저 제휴에 나선 보험사일수록 추후 다른 상품이 소개됐을 시 우선적인 참여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후문이다.


자보 시장재편 두고 셈법 복잡


여행자보험은 신호탄일 뿐이란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다. 네이버와 손보사들의 관심은 자동차보험 시장 재편에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20년에도 네이버파이낸셜은 자동차보험 비교견적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며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플랫폼 이용자가 똑같은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11%라는 고액의 통행세(소개 명목의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논란으로 결국 불발됐다.

당시 삼성화재를 제외한 손보사들은 수년간 고착된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재편을 위해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손해보험 상위 4개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80%에 달하는 데 이중 삼성화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웃돈다. 

업계 순위가 한번도 뒤바뀌지 않았던 건 다이렉트 채널의 재가입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경우 10명 중 9명(88%)이 다시 삼성화재를 선택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이번에도 20조원 규모의 자동차보험 시장을 둘러싼 손보사의 경쟁에 네이버파이낸셜이 허점을 파고든 셈이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손보사를 대상으로 한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 제안에서도 삼성화재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월적 지위 논란도…“은밀한 협의”


현재 금융위는 보험사-플랫폼간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쟁점은 플랫폼이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추천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수수료의 크기 △취급 가능한 보험상품의 종류 △대형 플랫폼에 대한 특정보험사 판매비중 25% 제한(25% 룰) 적용 등이다.

샌드박스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네이버파이낸셜과 2위권 손보사들간 협의라는 점은 논란거리다. 표면적으로는 플랫폼의 제한적인 보험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뒤로는 플랫폼과 시장선점에 나서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추후 금융상품 중개업자에 대한 25% 룰이 적용되더라도 5~6개사와 제휴만 있다면 해당 규제에 자유로울 수 있다”라며 “2위권 손보사들도 추후 다른 보험상품까지 확대를 염두하고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협상이 벌써 시작됐다고 우려한다. 그만큼 플랫폼이 보험시장에 가져올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보험사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 추후 플랫폼이 요구하는 수수료가 과도해지거나 특정 보험사를 밀어줄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감지된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비교·추천 대상 상품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네이버가 은밀하게 몇몇 보험사들과 여행자보험 제휴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행동”이라며 “결국 과도한 수수료 등으로 고객 피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빅테크 업체와 향후 상호 신뢰 하에 비교·추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자보험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접촉해오는 모든 보험사들과 초기 논의단계”라며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관계로 준비내용은 변동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