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49 담보 별도 운영해 손해율 관리
하는데…동시에 '납면'두고 절판도
역선택 표적에 수익 직격탄 전망

2022년 11월 11일 11:39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해볼 걸 알면서도 '부정맥보험'을 마구 팔아치워 온 보험사들의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그간 부정맥은 발생빈도가 높아 보험사에서 보장하기 꺼려하는 질병 중 하나로 꼽혔다.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상태로 비정상적인 심장 리듬 때문에 맥박 혹은 박동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증상이다. 호흡 곤란, 실신 등을 유발한다.

특히 기타 심장부정맥 질병코드인 I49에는 '상세불명의 심장부정맥'이 포함되는데, 고령자가 심장의 두근거림 등으로 병원만 가도 진단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경증 질환이다. 적은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만 타가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법인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소비자가 보험상담을 받으면서 먼저 가입하겠다는 보장이 많진 않은데, 부정맥은 그러한 질환 중에 하나"라며 "영업 현장에서 부정맥 진단비 담보가 업셀링 포인트로 주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현대해상 상품의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판매는 늘었지만 우려한 대로 부정맥보험에서 손실은 불어났다. 현대해상이 판매한 경증 심장질환을 보장하는 보험은 판매한 지 1년만에 받은 보험료의 1.5배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150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셈이다.

현대해상의 초년도손해율이 높았던 건 기타 부정맥과 같이 고령일수록 빈번하게 발생하는 심장질환에서 보험금 지급이 초기에 과다하게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쯤 되자 보험사들도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관리 측면에서 특약 관리에 나섰다. 초년도 손해율을 받아든 현대해상이 가장 먼저 보험금 청구가 빈번한 I49 보장 담보를 따로 떼냈다.

담보를 별도로 운영하면 기타 심장부정맥으로 발생한 보험급 지급 추이를 살피고 즉각적으로 보험료나 보장 한도에 반영할 수 있어 손해율 관리가 용이해진다.

이후 다른 손보사들도 속속 심혈관질환 특약을 손봤다. 올해 삼성화재를 제외한 대다수 손보사는 I49 특약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보장 한도도 일반적으로 500만원 수준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다시 부정맥 담보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부터 하나손보는 기타심장부정맥(I49)진단비 보장한도를 손보사 최고 수준인 최대 1500만원까지 확대했다. 단, 보험설계사 등 관련 종사자의 인수를 막았다. 보험을 잘 아는 이들의 역선택(모럴해저드)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 큰 우려는 '납입면제' 조건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4월부터 다시 기타부정맥(I49) 진단비 보장한도를 1000만원으로 늘려 운영하다, 지난달 보장한도를 500만원으로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보험 내 부정맥 담보에 보험료 납입면제 조건을 두고 절판을 펼쳤다.

보험사가 담보에 맞는 적정 보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손해율 관리가 어려워질 개연이 커진다. 납입면제 조건이 어린이보험 뿐 아니라 타상품까지 확대될 경우 손실이 불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납입면제는 가입자가 재해나 질병, 상해사고 등으로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 납부해야 할 보험료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영업 환경이 어려워진 생보사도 부정맥 진단비 경쟁에 동참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꼭맞춤 보장보험'을 출시하면서 부정맥, 기타부정맥 보장금액을 2000만원으로 설정했다. 간편보험에는 1000만원 한도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초년도 손해율에서 이미 손실 경고등이 켜진 부정맥 담보(관련기사 11월 10일자 '지난해 6만건 넘게 팔린 '부정맥보험', 곡소리만 남았다')를 두고 과열 경쟁이 펼쳐질 경우 보험사들 수익성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장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손실가능성이 다분한 보험이라 해도 받은 보험료는 전부 수익으로 인식하지만, 당장 내년 도입될 새 회계기준(IFRS17)에서는 판매한 보험의 손실가능성까지 모두 현가로 반영한다. 손해율이 높은 상품을 많이 팔수록 보험사의 이익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보장한도를 축소하거나, 보험금 청구가 빈번한 질병코드인 I49 특약을 따로 빼 관리하는 추세"라면서 "부정맥 담보는 특히 수요가 높다 보니 면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명 부정맥보험으로 불리는 심혈관질환 진단비 담보는 한국 표준사인분류표상 I47(발작성 빈맥), I48(심방 잔떨림 및 된떨림), I49(기타 심장부정맥) 등을 포함한 특약을 뜻한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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