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공시 베껴 20~30bp 상향해 적용
퇴직연금 시작 3개월만에 6600억원 흡수

<편집자주> 퇴직연금사업자가 아니더라도 퇴직연금 상품을 제공(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그간 퇴직연금 비사업자의 먹잇감이 돼 왔다. 비사업자는 판매 제한이나 공시에 대한 의무가 없다 보니 사업자의 금리를 베껴 더 높은 금리의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끌어모은다. 문제가 터진 건 최근이다. 사업자는 비사업자에 뺏긴 퇴직연금 물량을 채권매각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데, 최근 채권시장 경색으로 보험시장 발 유동성 대란마저 예고되는 상황이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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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6일 17: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사업자인 삼성화재는 총 37개 퇴직연금사업자 및 비사업자의 상품을 제공받아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삼성화재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이달 확정급여(DB)형 상품(1년 만기 기준) 가운데 메리츠증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메리츠화재 이율보증형 보험(GIC)이 7%와 6%의 이율로 판매 중이다. 이는 증권업과 보험업서 각각 최고 수준의 금리다.

정작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삼성화재 GIC 상품은 4.1% 이율 적용하고 있다. 동종업권인 메리츠화재와 비교해 2%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퇴직연금 이율을 적용할 수 있는 건 퇴직연금 비사업자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실제 삼성화재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1년 만기 기준)에서 상위 9개 금융사가 모두 퇴직연금 비사업자<표1 참조>일 정도다.

퇴직연금사업자가 받는 규제를 이용한 비사업자의 규제차익 이슈는 매해 불거져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컨닝 공시’다.

퇴직연금사업자는 퇴직연금 상품의 이율을 적용하기 4영업일 전에 홈페이지에 금리를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비사업자는 이러한 규제가 없다. 이에 비사업자는 공시를 베껴 이보다 높은 이율의 상품을 공급, 사업자의 물량을 뺏어간다.

[표 2]
[표 2]

메리츠화재는 퇴직연금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의 GIC를 매월 공급해왔다. 6월 3.15%, 7월(미공시). 8월 3.83%, 9월 3.99%, 10월 4.70%, 11월 6.00% 등 적용이율 상위에 포진한 보험사 대비 매월 30~50bp(1bp=0.01%포인트) 더 높은 금리<표2 참조>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한 메리츠화재의 특별계정 자산은 2분기 4499억원까지 급증했다. 3분기 기준으로는 6568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은 불공평한 시장구조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탈하는 퇴직연금 자산을 메우기 위해서는 보유채권을 매각하는 방법 뿐인데, 금리인상기라 대규모 처분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퇴직연금부서 관계자는 “문제는 퇴직연금 물량이 몰리는 연말이다. 사업자의 퇴직연금 공시를 보고 뒤따라 이율을 올리는 비사업자로 인한 자금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사업자에 대규모 물량이 빠지면 보험사는 결국 보유 채권을 팔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또 한 번 유동성 대란이 예고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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