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는 넋놓고 당하는 악순환
규제차익에 시장 불확실성 확대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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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6일 17:15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비사업자에 대한 규제공백이 부각되고 있다. 사업자는 알고도 당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사업자로 등록한 금융사는 43개사,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금융사는 41개사다.

사업자와 비사업자간 금리경쟁이 촉발된 건 ‘컨닝 공시’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달 퇴직연금 비사업자가 제공하는 퇴직연금 상품의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최고 7~7.5%에 달한다. 반면 사업자의 퇴직연금 금리는 5%대에 머물러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는 금리경쟁이 불가능한 위치다. 금리 적용 4영업일 전에 홈페이지에 이자를 공개해야 해서다. 반면 비사업자는 사업자의 공시를 확인한 후 그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경쟁에서 쉽게 앞서나갈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시장금리 급상승으로 가입자 입장에선 중도해지로 인한 손해보다 고금리 신상품에 새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판매된 한 2년 만기 이율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에 적용된 이율은 2.5%다. 해지 시엔 패널티가 적용돼 2%까지 이율이 감소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규상품 이율이 3%만 돼도 해지하고 갈아타는 게 낫다.

또 퇴직연금사업자는 전년도 말 기준 적립금의 30% 한도에서 퇴직연금을 제공해야 하지만 비사업자에겐 별도의 규제가 없다. 올해 6월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 메리츠화재가 3분기까지 손쉽게 특별계정 자산을 6568억원까지 늘린 이유다.

사업자가 이율을 급격히 올릴 수 없는 건 역마진 우려가 비사업자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몇십조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쌓고 있다. 통상 이 자금은 비슷한 금리의 채권과 매칭해두는데 대규모 적립금 자산을 매칭할 만한 고금리 채권을 찾기 쉽지 않다.

[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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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비사업자를 중심으로 최장 5년 만기 고금리 퇴직연금 상품마저 등장<표2 참조>하면서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의 자금이탈은 심화하고 있다. 이달 원리금보증형 퇴직연금상품 적용이율 상위 10개사를 살펴보면 스마트저축은행(6.1%), 메리츠화재(6.0%), 스탠다드차타드은행(5.4%) 등 비사업자의 이율이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는 일시적 자금이탈에 취약한 구조라 문제가 된다. 퇴직연금을 특별계정으로 별도 관리하고 있고, 다른 금융기관이나 일반계정으로부터 차입도 제한되기 때문. 퇴직연금 정기예금을 다른 예금과 같은 계정에 두고 운용하는 은행처럼 유연한 대응이 힘들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비사업자에 대한 규제공백은 매년 있어왔던 이슈다. 금리인상기가 되면서 비사업자가 공격적으로 이율 경쟁에 뛰어들다 보니 불공정한 경쟁으로 인한 사업자의 불만이 더 커진 것”이라며 “특히 12월은 대부분의 기업이 퇴직연금 이동이 이뤄진다. 기존 사업자에게 대량의 적립금 이탈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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