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카드사의 대표이사 변화는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를 연상케 한다.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구단장 및 감독의 계약 갱신과 이적 현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올 시즌 전망을 예측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이다. 보통 겨울에 팬들이 난롯가(stove)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동향이나 다음 시즌 예측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데서 비롯됐다.

카드업계에도 난로에 흥미로운 땔감이 가득 쌓였다. 대표이사 중심으로 대형 이적들이 연일 보도되며 온갖 이슈를 전하는 ‘카더라’ 통신과 카드사별 전망 분석이 한창이다.

중요한 건 이적 사가들이 각 팀의 전력을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 것인가다. 특히 지난해 급격히 싸늘해진 업황을 어떻게 다시 뜨겁게 달굴 것인지 주목된다. 감독 격인 대표들을 대거 교체한 것도 미래가 불투명한 격변의 시기에 최적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카드업계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난국에 봉착했다. 수신기능 없이 여신만 담당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 특성상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에 힘을 못 쓰는 모습이었다.

특히 수비에서 빈틈을 자주 보였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연체 리스크가 심화한 영향이다.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하는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서비스 잔액이 빠르게 늘어나며 한계차주 유입 가능성도 확대됐다.

대다수 카드사 수장들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공격보다 수비, 즉 내실 경영에 치중한다고 말한 배경이다.

업계 공격력도 전반적으로 약화했다. 확대된 카드결제 실적에도 늘어난 자금조달 비용에 순이익이 줄었다. 타구 수만 늘었지 ‘금리 족쇄’로 주루가 늦어지며 홈베이스까지 찍는 선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낙점한 건 간편결제 시장이다. 오픈페이와 같은 유망주를 육성해 대형 프렌차이즈 스타로 키워내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카드 정태영 단장은 해외에서 대형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효과는 탁월했다. 조만간 ‘메이저리그 특급 거포’인 애플페이를 영입할 거란 가십 뉴스만으로도 업계를 주목시켰다. 오픈페이를 ‘풋내기 선수’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당시 소문엔 이렇다 할 실체가 없었지만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냈다. 현대카드는 시장 점유율에서 KB국민카드를 추월한 데 이어 간극을 벌리기까지 했다. 애플페이 추종 팬인 MZ세대 중심으로 현대카드 발급이 급증한 영향이다.

2021~2022년 카드사 시장 점유율 추이
2021~2022년 카드사 시장 점유율 추이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용카드 실적 기준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카드(19.6%)다. 이어 삼성(17.8%), 현대(16.0%), KB국민(15.4%) 등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는 전년 대비 점유율을 0.4%포인트 끌어올리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추월당한 KB국민카드 이창권 감독도 분주한 모양새다. 구단장 격인 KB금융지주를 뒤에 업고 롯데카드 구단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카드의 맹추격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KB국민카드가 시장 점유율 9%인 롯데카드와 뭉칠 경우 현대카드를 재추월하는 것은 물론, 선두 자리를 탈환할 여건도 된다. 물론 두 구단 내 선수와 프런트 간의 어우러짐이 전제됐을 때의 이야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KB금융지주가 이전부터 베트남 진출을 염원해 왔다. 롯데카드 자회사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이 현지에서 자리 잡은 것도 롯데카드 인수의 한 장점으로 보일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창권 감독이 업계 1위를 탈환하겠다고 밝힌 신년사가 롯데카드 인수합병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이 감독은 인수합병 경험이 풍부한 ‘전략 기획통’이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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