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카드사의 대표이사 변화는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를 연상케 한다.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구단장 및 감독의 계약 갱신과 이적 현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올 시즌 전망을 예측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이다. 보통 겨울에 팬들이 난롯가(stove)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동향이나 다음 시즌 예측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데서 비롯됐다.

신임 대표별 주요 임무
신임 대표별 주요 임무

메이저리그에는 “단장 이기는 감독 없다”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그만큼 단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팀을 총괄하는 감독의 위치를 좌지우지하는 건 결국 단장이다.

카드업계에도 단장(금융지주)으로 인해 한차례 폭풍이 불어 닥쳤다. 단장 교체 여부에 따라 감독(카드사 대표) 계약 갱신 여부가 결정됐다.

업계 1위 신한카드도 피하지 못했다. 임영진 전 신한카드 대표는 업계 1위를 수성하며 타사 도전에 방어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간 힘을 실어준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됨에 따라 감독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우승하고도 퇴임한 불운의 감독이 됐다.

새로 발탁된 문동권 신임 대표의 어깨도 무겁다. 팬들의 바람은 1위 수성은 물론 더 큰 격차를 벌릴 혁신이다. 애플페이의 현대카드부터 고된 부침을 겪는 업황까지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가 산더미다.

문 대표의 신한카드가 방점을 찍은 건 수비력이다. 업계 전반적으로 외부 악재가 산재한 만큼 안정에 무게를 뒀다. 던지는 공의 개수보다는 질에 집중하는 제구력 강화, 즉 리스크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공격 부문은 타자의 배트를 짧게 잡도록 주문했다. 강력한 홈런 한방보다는 디지털금융 중심으로 팀 전체의 출루율을 높여 실리를 취하려는 복안이다.

이에 플랫폼을 지속 혁신해 고객경험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차별화된 생활·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 업계를 지속 리드할 것이란 포부다.

우리카드에도 예상치 못한 감독 교체가 벌어졌다. 김정기 전 우리카드 대표는 불황 속 호실적을 일궈냈지만 지주사 지배구조 변동성에 감독 자리를 반납하게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신임회장이 택한 인물은 박완식 우리은행 개인‧기관그룹장(부행장)이다.

우선 박완식 신임 대표가 처리해야 할 임무는 외부 구단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그간 간판선수 육성을 BC카드에 맡겨온 우리카드다.

독립 결제망 구축으로 BC카드에 의존해 왔던 결제망을 독립하면서 자체 카드 발급과 데이터 활용 능력이 중요해졌다. 자체 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그간 외부 수혈로 간간이 충원했던 선수 풀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아울러 우리금융의 신사업과 영업 전선에서 활동한 ‘영업통’으로 평가받는 만큼, 우리카드의 공격력도 한껏 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김정기 전 대표로부터 물려받은 고질적인 수비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공격력을 강화한다 한들 실점이 지속되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대표적인 게 가파른 연체율 상승세다. 지난해 말 우리카드 연체율은 1.21%로 전년(0.66%) 대비 0.55%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리스크 확대 추이를 보였다.

고금리 대출 자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연체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균 금리가 19%를 넘어서는 현금서비스 등에 대해 실효성 있는 리스크관리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호성 하나카드 신임 대표도 업계 하위권으로 기록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공격 중심의 전략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호성 신임 대표가 택한 전략은 카드대출 취급 확대다. 높아진 연체 리스크관리를 위해 고금리 이용 차주에 대한 대출을 1건도 시행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수비 전술을 강화하기 위해 외야수 단련에 특화된 코치도 수혈했다. 외형 확장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유동성, 건전성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재무 전문가’ 홍윤기 상무를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초대한 것.

구단의 얼굴이라 볼 수 있는 감독들이 변화한 만큼,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선 각 카드사를 대표할 만한 카드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경우 프랜차이즈 스타로 평가받을 만한 카드 상품이 부족하다”라며 “특히 하나카드의 경우 외환카드 때 있던 2x마일리지 등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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