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카드사의 대표이사 변화는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를 연상케 한다.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구단장 및 감독의 계약 갱신과 이적 현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올 시즌 전망을 예측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이다. 보통 겨울에 팬들이 난롯가(stove)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동향이나 다음 시즌 예측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데서 비롯됐다.

이적시장이 일단락되면 프로야구팀은 새 시즌에 돌입할 채비를 한다. 1달간 스프링캠프를 떠나 실제 경기장과 같은 환경에서 훈련하며 경기 적응도를 바짝 높인다.

현재 카드사 스토브리그도 마무리 수순을 밟고 새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새 대표를 맞이한 카드사들은 판을 재구성하고, 기존 대표 체제로 가는 곳들도 분주하게 최적화 전략을 마련 중이다.

지금이 팬들의 기대감이 가장 고조되는 순간이다. 새로 영입한 인물들 중심으로 변화된 팀에 대한 기대를 모아 다가오는 시즌을 즐기는 것이다. 이들의 들뜬 마음을 맘껏 달래주는 콘텐츠 중 하나가 전문가들의 시즌 전망이다.

23시즌 전문가 전망
23시즌 전문가 전망

카드업계도 올해 어떻게 흘러갈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흥미로운 전망을 나눠본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성장보다 내실에 주력하는 신한카드와 PLCC·애플페이로 무장한 현대카드의 격돌이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전망했다.

흥미로운 건 서지용 학회장이 점유율 3위 현대카드의 고점을 1위까지 바라봤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영입한 ‘메이저리그 특급 거포’ 애플페이를 염두에 둔 전망이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실적 기준 점유율은 신한카드가 업계 1위로, 현대카드와 3.6%포인트 격차를 두고 있다.

다만 애플페이가 현지 적응을 얼마나 잘할지가 관건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카드가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거포 애플페이를 데려왔지만, 향후 리그 적응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내 애플페이는 교통카드 기능이 미탑재됐고, 스타벅스와 이마트 등 신세계 계열 매장은 이용할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 또 간편결제 서비스 특성상 이용자 이탈률이 낮은 걸 고려하면 빅테크·삼성전자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업계 1위 신한카드의 변화를 고평가하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신한카드가 내실에 집중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는 “NFT 등 플랫폼 중심의 강력한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는 신한카드의 변화에 주목”한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생존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중하위권 카드사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카드는 확실한 프랜차이즈 선수나 유망주가 없다”라며 “내부 팜 시스템부터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팜 시스템은 미숙한 플레이어들을 훈련하는 일종의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이다.

실제로 우리카드는 스테디셀러 ‘카드의 정석’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김정기 전 대표가 ‘뉴(NU)’ 시리즈를 론칭했지만, 박완식 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주력 카드로 자리 잡기 애매해진 상황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감독이 교체되면 주력 선수도 신임 감독의 전술을 잘 이해하는 선수로 갈아치우는 게 관례기 때문이다.

김상봉 교수는 “하나카드는 최근 경영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외환카드 때 인기 있던 프랜차이즈 상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라며 “롯데카드의 경우에도 새로운 구단주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처럼 통계와 협력에 강한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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